[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푸마가 중국 안타스포츠에 팔릴 수 있다는 관측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스포츠웨어 판도의 재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레이더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휠라·살로몬·아크테릭스·윌슨 등 글로벌 브랜드를 이미 품에 안은 중국 자본의 ‘조용한 영토 확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푸마 인수설, 어떻게 불붙었나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SE) 인수전의 유력 후보군으로 중국 안타스포츠가 부상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푸마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하루 만에 13~19% 급등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안타스포츠는 외부 자문사와 함께 푸마 인수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실제 입찰에 나설 경우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체조 영웅 리닝이 세운 동명 브랜드 리닝(Li Ning) 역시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일본 아식스(ASICS)도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잠재 주자로 언급된다. 다만 리닝 측은 “관련 거래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보도 내용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 가문의 ‘29%’와 가격 눈높이
푸마 인수전의 키는 프랑스 피노(Pinault) 가문이 쥐고 있다. 구찌 모회사 케링(Kering)의 지주사 아르테미스(Artémis)를 통해 푸마 지분 29%를 보유한 피노 가문은 이 지분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테미스는 푸마 지분을 2018년 케링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넘겨받았으며, 현재 이 지분을 “흥미롭지만 전략적 자산은 아니다”라는 톤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매각을 전제로 할 경우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밸류에이션 격차다. 푸마 주가는 2023년 이후 연이은 실적 경고와 경쟁 심화 여파로 2년 새 60% 이상 빠졌고, 2025년 들어서만 50~60% 하락한 상태에서 이번 인수설로 단기 급반등한 상황이다. 최근 푸마의 시가총액은 보도 시점 기준 25억유로(약 3.2억유로 평가치에서 추가 하락)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는 추정이 나오지만, 피노 가문은 최소 수십 퍼센트대의 인수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어 가격 협상이 인수 여부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실적 부진·구조조정에 내몰린 푸마
푸마가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가파른 실적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2025년 첫 9개월 동안 푸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59억7000만유로에 그쳤고, 같은 기간 흑자를 냈던 전년과 달리 3억89만유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력 시장인 북미·유럽에서 재고 조정과 할인 판매가 이어지며 브랜드 파워가 약화됐고, 환율과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새로 선임된 아르투어 회엘트(Arthur Hoeld) CEO는 2025년을 ‘정리의 해’, 2026년을 ‘전환의 해’로 규정하며 2027년 이후 성장 회복을 목표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푸마는 전 세계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900개 일자리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축구·러닝·트레이닝·스포츠패션 등 수익성이 높은 핵심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놨다.
동시에 대형 할인 유통 채널 비중을 줄이고, 자체 온라인몰과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한 직접판매(D2C) 채널 비중을 확대해 브랜드 희소성과 마진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3등 브랜드’ 지키려는 푸마, 스폰서십은 여전
푸마는 전 세계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은 ‘3위 그룹’ 경쟁자라는 위치를 지키려 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시티,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덴마크 남자 핸드볼 대표팀 등과의 스폰서십 계약은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의 핵심 자산이다.
회엘트 CEO는 “푸마 브랜드 자체의 잠재력은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축소를 통해 다시 ‘글로벌 3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나이키·아디다스뿐 아니라 중국 안타·리닝, 일본 아식스, 미국 언더아머 등까지 경쟁이 다층화되면서 ‘3위’ 자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러닝과 축구 등 고성장 카테고리에서 제품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기술력·유통 네트워크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푸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타스포츠, 이미 ‘글로벌 브랜드 사냥꾼’
안타스포츠는 이번 푸마 인수설 이전부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잇달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워온 대표적 중국 자본이다. 2009년에는 이탈리아 명품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의 중국·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 일부 지역 상표권과 운영권을 약 3억2500만 위안에 인수했고, 이후 휠라는 안타의 고급 포지셔닝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에는 핀란드의 아머스포츠(Amer Sports)를 46억유로(약 56억달러) 규모로 인수하는 컨소시엄을 주도했다. 아머스포츠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스키·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Salomon), 라켓·구기 스포츠 브랜드 윌슨(Wilson) 등을 거느린 글로벌 그룹으로, 안타는 이를 통해 프리미엄 아웃도어·스포츠 장비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아머스포츠는 비상장 전환 이후 중국·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며 2023년 매출 43억6800만달러, 특히 중국 지역 매출 61% 성장이라는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안타는 또 스프란디(Sprandi), 일본 데상트(Descente) 중국 사업, 한국 코오롱스포츠 중국 사업,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Jack Wolfskin) 등 다수 해외 브랜드를 인수 또는 라이선스 형태로 운영하며 ‘멀티 브랜드·멀티 포지셔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확장 덕분에 안타스포츠의 시가총액은 2025년 기준 약 310억달러 수준으로, 올해에만 10% 안팎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에 팔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
푸마 사례와 직접적으로 동일한 ‘메이저 스포츠웨어 기업 전체가 중국에 매각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지만, 중국 자본은 이미 여러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지배권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이처럼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들은 지분 인수·지역 라이선스·합작법인 등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브랜드를 자사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고, 푸마 인수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 브랜드·지역권을 넘어 ‘글로벌 메이저 본사’로 확대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푸마 인수 성사 시 시나리오와 변수
만약 안타스포츠나 다른 중국·아시아 자본이 푸마 인수를 성사시킨다면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 판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안타 입장에서는 나이키·아디다스와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글로벌 3위권 브랜드’를 한번에 확보함으로써, 자사 브랜드(안타)와 휠라·아머스포츠 등으로 구성된 다층 포트폴리오의 최상단에 푸마를 올려놓는 그림이 가능해진다.
반면 인수 가격과 지배구조, 브랜드 독립성, 유럽 및 미국 규제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주요 리그·대표팀 스폰서십 계약의 변경 가능성 등은 모두 잠재 리스크로 남는다.
특히 아르테미스가 요구하는 프리미엄과 현재 푸마의 실적·주가 수준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메우느냐, 그리고 푸마 경영진이 구조조정과 브랜드 재정비를 통해 ‘단독 생존’을 선택할 여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인수·합병(M&A) 시나리오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까지 안타·리닝·아식스·피노 가문·푸마 경영진 모두 공식적인 인수 제안이나 협상 진행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어,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거래 조건과 성사 가능성은 “알 수 없음”이 타당하다.
다만 푸마의 급격한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 피노 가문의 지분 옵션 검토, 중국 스포츠웨어 기업의 공격적 해외 M&A 흐름이 맞물리면서 ‘푸마 매각론’은 당분간 글로벌 스포츠·패션 M&A 시장의 대표적인 빅딜 후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