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이에게 잠들기전 루틴이 있듯 딸아이에게도 늘 동일한 패턴이 있다. 거실쇼파에 앉아 맘에 드는 책 세권 읽기. 늦게 잠들고 싶은 아이의 심리를 공략한 애엄마의 비상한 전략답게, 밤마다 세권을 모두 읽고 나면 더 많은 책을 갈구하는 기이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마지못해 한권 더 읽어주며 대단한 호의를 베푸는 척하는 아빠의 백상예술대상급 명연기 역시 한 몫을 한다. 그런데 인생의 매순간이 깨달음이라 했던가. 오늘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그날의 깨달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코칭동화 하나. 햇님과 구름 이야기 길가던 나그네를 두고 햇님과 구름이 내기를 한다. 누가 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것인가. 두명의 상이한 스타일의 코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객의 외투를 벗기고 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 구름 코치는 바람과도 같이 직설적이고 거친 말들로 시도한다. 마치 "넌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표정이 그모양이야? 말해보래두? 뭔지 알아야 해결을 해주든 할꺼아니야?" 라고 외치는 어느 대기업 모 부장님처럼 말이다. 그 어디에도 나그네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반면의 햇님코치는 어떠한가.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듯 온화한 분
◆ 격려와 지지 그리고 안정감,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한창 친구들이랑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인 우리 아들에겐 여전히 곁을 지키는 낡은 친구가 있다. 아들의 세 번째 생일 선물이었던 황금색 강아지 인형 뭉실이는 이제 누런빛을 띠고, 털은 듬성듬성 빠져버렸다. 똑같이 생긴 새 강아지 인형 말랑이를 사줬는데도, 아들은 여전히 낡은 뭉실이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긴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혼자 잠들기 무서워할 때도 아들에겐 뭉실이가 꼭 필요하다. "뭉실이가 슬퍼할까 봐 그래"라는 아들의 예쁜 마음 때문에, 낡은 뭉실이는 아들에겐 언제나 '넘버 원'이다. 이것은 어쩌면 아이에겐 사랑을 주는 방식이자 사랑을 지키는 방식이다. 아들은 뭉실이를 가방에 꼭 넣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랑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낡은 인형일 뿐이지만, 아들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스스로를 보호해주는 방패가 된다. 그런 아들을 보며 남편은 종종 뭉실이가 되어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네가 용기를 내는 걸 보면 정말 자랑스러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마다 난 정말 기뻐"처럼 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위로와 지지의 말들을 건넨다. 그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은 나침반과도 같다. 모든 투자자는 그 지표를 따라 나아간다. 하지만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출항해도, 어떤 배를 탔느냐에 따라 항로는 달라진다. 최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25 서울 코리빙 리포트 Part 2'는 코리빙과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는 두 모델이 같은 수익률이라는 항구에 도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항해 경로를 그려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은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가정 자산으로 설정해 시작된다. 연면적 약 2000평,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이 건물을 500억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하고, 하나는 코리빙으로, 다른 하나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없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3.4%, 소득수익률은 3.9%로 양쪽 모두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코리빙은 '프리미엄 주거' 전략을 택한다. 총 129실, 객실당 월 21만500원의 임대료를 받고, 1층과 각 층 일부에 공용 라운지, 회의실, 코워킹 스페이스, 헬스장 등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한다. 반면, 기업형 임대주택은 커뮤니티 공간 없이 163실까지 수용 인원을
“청춘, 이 얼마나 가슴 시리고 설레는 말인가…” 어디선가 들었던 이 명문장을 떠올리며, 이렇게 운을 띄워봅니다. “이직, 이 얼마나 가슴 시리고 설레는 말인가…” 필자인 저 역시 지금까지 다섯 개 회사를 거쳤습니다. 즉, 네 번의 이직을 경험했다는 뜻입니다. 첫 이직은 대리 직급을 단 직후였고, 이후에도 여러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이 반드시 점검해 볼 체크포인트’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주된 이유> 주니어 시절의 이직 사유는 대개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1. 연봉에 대한 불만 2. 사람에 대한 불만 3. 회사 간판에 대한 불만 요컨대, 무언가 부족하고 아쉽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죠.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동료, 더 이름난 기업… 그 모든 갈망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파랑새 증후군’처럼 지금의 불만을 과장하여 해석하고, 그것을 탈출의 명분으로 삼은 채 이직을 단행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후회를 남기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저 또한 커리어 컨설턴트는 아니지만, 한 사람의 코치로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돕고 싶은 마음
이른 점심시간의 식당,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린다. 오늘의 메뉴는 남자의 2대 소울푸드 중 하나인 제육볶음. 동석한 회사 후배와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가사의 멜로디가 머릿속을 스쳤다면 아마도 필자와 같은 시대를 향유 했으리라. 멜로디로 촉발된 기억속에는 노래 가사뿐 아니라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대학시절 친구들 과의 술자리, 동아리 MT, 전공 수업 등 노래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그 시절이 기억이 패키지화 되어 고스란히 담겨있다. 코칭 세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이 언제 인지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고객 삶의 “단어”를 찾았을 때라고 답할 것이다. 고객의 언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반복되는 단어, 인생의 중요한 사건 사고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 단어는 마치 시절을 기억하는 멜로디 와도 같이 고객의 삶을 기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객관적인 의미를 뜻하지만, 보통 이러한 고객 삶의 단어는 사전적 정의 이상의 많은
◆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답답한데 우라 점보러 갈래?", "소름 돋아. 지난번 그 점쟁이가 말한 대로 됐어." 사주, 신점, 손금, 타로... 등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웃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회사에서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답답한 현실과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런 마음이 고개를 든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무거운 감정이 나를 짓눌러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군가가 "이게 정답이에요.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이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주 오래된 본능이다. 옛날 왕들이 별의 움직임을 읽는 점성술사나 관상감을 곁에 두었던 것처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이라는 어려운 시험 앞에서 누군가 미리 써놓은 답을 훔쳐보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 AI도 내 인생을 알 수 없다 얼마 전 생성형 AI에게 내 사주를 물어봤다. 생년월일과 시간을 입력하자 10초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분량의 글이 쏟아졌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언들이 정제된 언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게 맞네
새 정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 뒤로 밀려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작된 이후,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일관되게 ‘주거’에 쏠려 있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금 논쟁, 공급 확대와 전세 사기 대책까지. 대부분의 정책 보도와 논의는 주택 시장 중심이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택과는 다른 규칙, 논리로 움직인다.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대형 빌딩 등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상업용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영향은 주거 못지않게 심대하며, 때로는 여파가 더 구조적이다. 2024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4.6만 건으로 2023년 대비 11.6% 감소했다. 연간 거래량이 5만 건 이하로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수도권은 0.9% 하락에 그쳤지만, 비수도권은 8.3%나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전국 평균 가격은 0.4% 상승했는데, 이는 수도권 거래 비중이 48.6%에서 54.9%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수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재명 정부는 ‘시장 안정화’라는 기조를 내세우
중학교 시절,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멋지고 있어 보였던 단어가 있었지요. 바로 prejudice, ‘선입견’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선입견’입니다. 어학사전에서는 선입견(先入見)을 “어떤 사람이나 사물,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기 전에 미리 마음속에 형성된 생각이나 판단”이라고 정의합니다. ◆ 사례 1. 올림코치 실제 경험 “고객님, 지난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 저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와! 정말 좋으셨겠어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잠시 침묵 후) “아… 평소 같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친한 형님이 돌아가셔서 상가에 다녀온 길입니다.” 이후의 분위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시겠지요. 이처럼 “응당 그럴 것이다” 혹은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코치는 고객을 만날 때,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고객과 함께 존재(Being)하면 충분합니다. ————————————— 다음으로 살펴볼 개념은 ‘평가(judgment)’입
개인의 삶에서 필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방식의 라이프 코칭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알아차림” 이다. 즉 코치는 상대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심연에 자리잡은 욕구를 알아차리게 함과 더불어 이를 구체화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객은 나 자신도 잘 몰랐던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욕구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진중한 고민과 성찰 과정을 거쳐 해결을 위한 실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결국 고객의 “알아차림” 만 성공한다면 이후의 과정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늘 그 알아차림이 어렵다. 고객의 입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깊은 내공을 지닌 상위 코치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객이 시작단계에서 정한 주제와 목표가 코칭 과정에서 변경이 되었다면 그것은 성공한 코칭이 될 확률이 높다.” 목표가 바뀌었다는 말은 표면적인 주제 속에 숨어있는 한단계 더 깊은 욕구를 알아차렸다는 말과도 같으며, 이때의 깊은 욕구는 같은 결 선상 에서의 보다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생경한 욕구일 수도 있다. 이 경우 필자가 자주 듣는 고객의 피드백은 다음과
늦은 주말 오후. 아이들의 목소리와 TV 소리로부터 잠시 도망쳐 나왔다. 좋아하는 카페문을 열고, 가장 구석진 창가 자리에 앉아서 늘 마시던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다. 언제부터인가 숙면을 위해 내 생존 본능이 만들어 낸 작은 습관이다. 커피가 그리워 카페에 왔지만 카페인은 피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상황. 조금 우스운 듯 하지만 난 이 순간이 좋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한 커피로 남은 오후를 충전하고 있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냈다. 하얀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자 화면에 작은 번개모양이 그려졌다. 기계는 참 정직하다. 방전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니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조용히 무너진다. ◆ 나를 방전시키는 것들은 아주 사소하다 문득 나를 방전 시키는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들은 대단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팀원의 어두웠던 표정, 작은 실수로 핀잔을 들었던 아침, 늦은 밤 아이의 가방 속에서 뒤늦게 발견했던 구겨진 안내문과 '내일 오전까지'라고 적힌 준비물을 확인하는 순간 등... 아이의 학부모 단체톡방에서 누군가 "체험학습 어떠셨어요?"라고 물었을 때도 그랬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