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202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79)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혁신과 성장 동력 유지를 위해서는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13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nobelprize, Business Standard, The Economic Times, CBC에 따르면, 하윗 교수는 "성공한 국가일수록 기존 대기업들이 혁신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확고한 반독점 규제가 필요하다"며 "경쟁적 시장 환경 속에서 선도 기업들이 혁신을 이어갈 유인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독점권력이 커지면서 혁신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며 반독점 정책의 중요성을 힘주어 설명했다.
창조적 파괴 이론의 새로운 해석
하윗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전통적인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 대해 새로운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슘페터 이론은 독점적 지위에서 기대되는 이익이 혁신을 유발한다고 봤으나, 하윗 교수는 "시장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혁신하는 ‘경쟁 회피 효과(escape competition effect)’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이 강할수록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에 투자해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크다는 뜻이다. 이 모델은 독점이 반드시 혁신을 촉진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무역전쟁과 AI 혁신에 대한 경고
하윗 교수는 현재 글로벌 무역전쟁과 관세 부과가 기술 혁신에 심각한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 갈등이 국가간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시장 규모를 축소시키면 혁신에 대한 유인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AI 시대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전했다.
그는 "AI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녔지만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어 신중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기술 도입으로 다수의 경제적 패자가 발생하면 기술 진보 자체가 저해될 수 있다"고 했다. AI와 같은 일반 목적 기술(GPT)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수록 정책적 균형과 조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혁신과 인구 고령화 문제
하윗 교수는 한국의 인구 고령화 문제도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가 혁신을 주도하는 경향이 크기에 고령화는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지만, "혁신은 반드시 한 국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개방적인 기술 교류와 아이디어 유입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반독점 정책과 국제 협력 강화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수상 배경과 연구 의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하윗 교수와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 교수에게 '창조적 파괴' 이론과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했다. 수상 논문은 혁신과 기존 산업 간의 긴장관계, 경제성장이 당연하지 않으며 이를 지속하려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조가 필요함을 밝혀냈다. 이들은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