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에선 숲세권이 인기다. 집근처에 숲이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숲의 장점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 조차 힘들정도다.
2020년대에 들어서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아파트 이름엔 항상 'Central'(중심)과 'Park'(공원)이 들어간다. 부동산의 필수요소나 마찬가지이다보니 건설사들의 기존 브랜드 뒤에 펫네임 격으로 붙인다.
서울 중심에 남산공원이 있다면, 뉴욕 맨해튼엔 센트럴파크가 있다. 뉴욕시 하면 떠오르는 상징 중 하나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킹콩, 신비한 동물사전, 고스트버스터즈, 마다가스카, 나 홀로 집에2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선 거의 항상 나온다.
1850년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브라이언트(William Bryant)가 <뉴욕 포스트>지에 이 땅에 공원을 건설하자는 캠페인을 기고한 것을 계기로 1856년 조경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건축가 캘버트 복스(Calvert Vaux)가 공원 조성을 시작했다. 1858년 공원 중앙의 호수 지역부터 공개를 시작하여 여러 단계의 조성을 가쳐 1876년 완공했다.
당시 가뜩이나 폭증하는 뉴욕의 인구 때문에 사람 살 집도 모자랐다. 이런 상황에서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빈 땅에 공원을 짓겠다니 반대가 없을리 없었다.
반발과 반대에 대해 옴스테드는 이렇게 반박했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건물과 도로로 가득 찬 대도시에 삶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삭막한 도시생활로 인한 정신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엄청한 예견을 한 것이다.
그래서 뉴욕에 조성된 거대한 녹지인 센트럴파크는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 이라는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의 설계 철학이 확고히 드러난다. 센트럴파크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공원설계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일단 엄청 크다. 가로 850m, 세로 4km 규모로 100만평이 넘는다. 여의도의 전체면적에서 한강둔치를 뺀 면적에 거의 근접한 3.41km²의 넓이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 면적이라면 독립국가인 모나코보다 크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미국에서 제일 큰 도시 공원이라고 생각하는 데, 도시에 위치한 가장 큰 공원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 게이트 파크다. 센트럴 파크 크기는 341ha이고 골든 게이트 파크의 크기는 412ha이다. 당연히 골든 게이트 파크는 세계에서도 가장 큰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동물원과 야생보호구역도 있다. 공원 가운데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란 큰 호수가 있는데, 약 2.5km짜리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조깅하는 이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공원이 상당히 광활하다보니 공원을 기준으로 남부와 북부의 치안 상태도 다르다. 북쪽 끝은 그 유명한 할렘이고, 남쪽은 뉴욕 최고의 부촌인 미드 타운(Mid Town)과 어퍼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와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가 있다. 남쪽 끝은 뉴욕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뉴욕시청이 소재하고 있으며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지역인 5번가에 맞닿아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고층 건물들 및 음악관 및 미술관 등이 밀집해 있다.
최근 57번가 초고층 건물의 맨 꼭대기 세 층을 엮은 펜트하우스가 3000억원에 판매됐다. 부동산 감정가는 수백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이렇게 비싸게 팔렸을까.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아파트는 언제나 사줄 사람이 전 세계에 있으며, 지금도 웨이팅 리스트가 존재할 정도다. 언제든지 그 아파트를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은 대기중이다.
이 집이 비싼 또 다른 이유는 뉴욕의 독특한 세금 정책이다. 뉴욕은 아무리 비싼 집을 소유해도 보유세를 내지 않다 보니 세계 부자들이 뉴욕의 고가 아파트를 재산 은닉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