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의 올해 수상자로 우주의 무작위성에 대한 연구로 확률론의 지평을 넓힌 프랑스 수학자 미셸 탈라그랑 교수가 선정됐다. 아벨상 21년 역사상 확률론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노르웨이 과학한림원과 아벨상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미셸 탈라그랑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에게 아벨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과학한림원은 "탈라그랑은 확률 이론, 기능 분석, 통계학의 변화를 가져 온 수학자"라며 "그의 연구는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흥미로운 문제를 이해하고, 새로운 수학적 이론을 구축해 왔다"고 평가했다.
1952년 2월15일에 태어난 그는 5세 때 유전병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10년 후 왼쪽 눈 마저 실명위기에 처하면서 6개월 동안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실명이 두려웠던 탈라그랑은 공부에 매진했고, 그 과정에서 수학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탈라그랑은 당시를 회상하며 "시력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는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명 위기를 극복한 그는 프랑스 리옹대로 진학해 수학을 전공했고, 1974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학자로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파리 6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17년까지 이 곳에서 근무했다. 특히 그의 논문 대부분은 단독 저자다.
탈라그랑의 전공은 우주와 자연의 무작위성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확률론과 이론물리학이다. 탈라그랑 교수의 주요 업적은 자연의 무작위성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확률론으로, 수리물리학과 통계학 및 컴퓨터공학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확률론의 '확률 과정'은 노르웨이 과학한림원도 치켜세운 그의 주요 성과다.
예를 들면 강수량에 따라 변하는 강의 수위가 언제 최대치에 도달해 홍수가 발생할지 추정할 수 있다. 아벨상위원회는 "강의 수위를 확률 과정으로 규정하고, 시간에 따라 최대치를 알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은 수학계의 큰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처럼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사건의 확률을 아는 것은 누구에게나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강의 수위처럼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 사건은 확률적으로 계산이 까다롭다.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편 아벨상은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상으로, 수학자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022년 수상한 필즈상이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돌아가는 반면 아벨상은 평생의 공로를 인정받은 수학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2003년 첫 수상자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가 아벨상을 받았다.
탈라그랑 교수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의 아내가 이완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다. 이교수의 첫 미국 여행에서 만난 후 결혼해 현재 자녀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가족과 100개국 이상을 여행할 정도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노르웨이 과학한림원은 탈라그랑 교수에 대해 "노력과 즐거움이 합쳐진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탈라그랑 교수가 마라톤에 몰입하고 있다면서 삶과 과학에 대한 유쾌한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아벨상 시상식은 5월 2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노르웨이 정부가 후원하는 아벨상의 상금은 750만 크로네(한화로 약 9억5000만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