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 =김정영 기자] 삼양식품의 '글로벌 대박상품'인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삼양라운드스퀘어측은 뉴욕타임즈가 지난 19일 ‘까르보불닭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행운을 빌어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까르보불닭 열풍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불닭볶음면 먹방에 나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될 정도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아마존과 월마트를 비롯 카스-세이프웨이, 한국 식재료 마트 등 미국의 유통 업체 체인들과 소매점들 대부분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제품을 구매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인기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인스턴트 라면의 틀을 깨고 ‘까르보나라’라는 고급스러운 맛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자유로운 레시피 변형이 가능하며, 사진으로 남기기도 좋다.
미국의 정상급 여성 래퍼 카디 비(Cardi B)도 불닭볶음면을 먹어보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큰 화제가 됐고, 생일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터뜨린 소녀의 영상은 조회수가 5000만회를 넘어섰다. 해외시장에서 메가히트를 치고 있는 불닭볶음면의 초고속 성장세에 삼양식품의 실적은 물론 주가도 치솟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1조1929억원으로 1조원을 처음 넘긴 가운데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늘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2021년 60%를 돌파했으며, 이후 매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
특히 미주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에 입점한 데 힘입어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대비 154% 증가한 1억2200만 달러(약 1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통해 전년 대비 76% 상승한 12억위안(약 2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까르보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삼양식품은 제품 누적 판매량 50억개를 돌파했고 총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런 호실적의 배경에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김정수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다뤘다.
WSJ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고교생 딸과 함께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했다. 이후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불닭볶음면 신화를 탄생시켰다.
'불닭볶음면 글로벌 신드롬'에 삼양식품의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올랐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어닝 스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삼양식품에 대한 보고서에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3119억원, 43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8월 설립 이후 2022년 2월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미국 법인의 경우 안정적인 유통 체계가 잡혀가는 중"이라며 "2025년 6월 밀양 제 2공장 완공 후 또 한번의 퀀텀점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양의 붉닭볶음면을 필두로 한국의 K라면이 전세계를 공략중이다. 지난해에도 수출액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K라면은 이 기간 수출액 9억5240만달러(약 1조3200억원)를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7030만달러(약 376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수출량도 6만7290t으로 전년 대비 21.5% 늘었다. 이 기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뿐만 아니라 농심과 오뚜기 등 국내 라면 빅3의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1분기 매출액은 9035억원, 영업이익은 666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4.5%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도 매출액 8963억원, 영업이익 6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2.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최근 태국 현지 내 마라 인기를 반영해 ‘마라불닭볶음면’을 론칭했다. 중국 사천지방의 매운맛인 ‘마라’의 풍미를 담아 2017년 출시한 수출전용제품으로, 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삼양식품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전략 시장”이라며 “국가별 마케팅 전략 강화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법인이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만큼, 동남아 지역 수출 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