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불의의 사고로 우주선이 고장 나 장기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고립됐던 미국과 러시아 국적의 우주비행사 3명이 1년 만에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 오후 5시 17분(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프랭크 루비오,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드미트리 페텔린 등 3명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소유스 MS-23 우주선으로 카자흐스탄 제즈카잔 지역의 외딴곳에 착륙했다. 우주로 떠난 지 371일 만이다.
이들은 우주선이 고장나는 불의의 사고로 장기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고립됐었다.
이들은 대기권을 통과하며 지표면의 4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를 견뎌냈으며, 캡슐이 땅에 무사히 착륙하자 구조대원을 태운 헬리콥터가 접근해 이들을 이동시켰다.
세 사람 모두 우주에서 300일 넘게 장기 체류해 착륙 뒤 우주선을 두 발로 걸어 나오기 힘든 상태였다.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캡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구에 무사히 도착한 루비오는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는 기계(소유즈 캡슐)의 끊임없는 웅웅거림이 들린다"며 "나는 이제 밖으로 나가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코피예프는 착륙 과정에서 무선 통신을 통해 지상 관제사들에게 "우주인 세 명 모두 기분이 좋은 상태다"고 전했다.
이들 우주인 3명은 지난해 9월 러시아의 소유스 M-22에 탑승해 ISS 도착했다. 애초 50여개의 실험을 진행한 뒤 올해 3월 같은 우주선으로 지구로 돌아온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12월 M-22가 운석에 부딪혀 냉각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차질이 빚어졌다.
AP는 보도에서 "사고를 일으킨 물체가 우주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이들의 임무는 반년 가량 연장됐고, 이들을 태우고 귀환할 M-23 우주선이 지난 2월 ISS 도킹에 성공했다.
루비오는 1주일 전 귀환 비행을 앞두고 열린 원격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우주에서 1년이나 지내게 될 줄 알았더라면 임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심리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AP는 "루비오는 임무가 길어진 탓에 자녀 4명 중 첫째딸이 미국 해군사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다른 자녀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1998년부터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건설됐다. 현재 양국 외에 일본, 캐나다, 11개 유럽국가 등 13개국이 참여해 공동 운영하고 있다.
루비오는 기존 미국인 우주비행사 마크 반데 하이가 우주공간 최장 체류 기록인 355일을 깨뜨리고 2주 더 머물렀다. 1994∼1995년 세운 437일이다.
이번 비행으로 총 371일간 우주에 머무른 루비오는 미국 내 가장 긴 우주 비행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앞선 기록은 2022년 마크 반데 헤이의 355일이다. 세계 기록은 러시아의 발레리 폴랴코프가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세운 43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