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영국에서 수감 중이던 성범죄자가 복권 1등에 당첨돼 한화로 약 117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받게 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16일(한국시간) 더타임스·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수감 중 로또 1등이 된 성범죄자 로워스 호어(70)가 당첨금 720만파운드를 모두 가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호어는 20대부터 성폭행을 저질러 1973년부터 1987년까지 7건의 성범죄로 총 1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출소한 지 2년 만인 1989년 5월 또다시 6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다 체포돼 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이었다.
복역 중이던 호어는 2004년 8월 복권을 샀다가 1등에 당첨됐다. 당시 그는 주말에 외출이 가능한 D급 개방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후 호어는 변호사 군단을 선임해 2005년 가석방됐고, 동료 수감자들에게 “나는 평생 건강할 것”이라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2008년 호어는 복권 당첨금에 대한 통제권을 얻기 위해 소송을 시작했다. 내무부 관리, 변호사 및 회계사 등 기금 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로또 당첨금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에 “흉악범이 엄청난 행운을 누리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어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 각료들도 이에 동조해 당첨금을 압수해 범죄피해자 지원기금으로 쓰는 방안, 재소자의 복권 수혜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구입한 복권 당첨금을 빼앗는 것은 오히려 정의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다.
결국 호어는 15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당첨금에 대한 권리를 얻었고, 그동안 발생한 이자까지 챙겼다. 내무부 관계자는 “호어가 당첨금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거액을 거머쥔 호어는 뉴캐슬에 고급 저택을 구입하고 호화로운 여생을 보내려 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배척 때문에 4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고, 영국 정부의 허락을 받지 못해 타국으로 이민도 불가능했다.
성폭행 피해자 셜리 우드먼이 호어에 대한 피해보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호어 측은 “피해보상청구 기간이 지났다”며 우드먼의 소송이 무효라고 주장했고, 재판은 영국 법원을 거쳐 유럽 인권재판소까지 이어졌다.
결국 우드먼은 4년 간의 재판 끝에 승소했고, 호어는 5만파운드(약 8000만원)의 피해 보상금과 80만파운드(약 13억원) 상당의 소송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인디펜던트는 "우드먼의 승리는 다른 성적 학대 피해자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영국 여왕은 우드먼의 공로를 인정해 2012년 훈장을 수여했다. 우드먼은 지난해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