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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구칼럼] '매미' 관찰·성찰·통찰…익선관 5德·초복 알리미·7년인내 7일천하·지구온난화 홍보대사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매미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지구의 자연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절기가 온다는 것을 식물과 동물이 먼저 알려주기 때문이다. 

 

식물은 섭씨 5도 이하에서 생육이 그치고 동면을 시작하며, 섭씨 5도 이상이 되면 생육을 시작한다. 즉 섭씨 9도~10도로 기온이 상승하면 벗꽃이 개화한다. 벗꽃이 핀다는 것은 봄이 왔다는 것이다. 

 

매미는 초복 무렵에 등장한다. 매미가 운다는 것은 여름이 왔다는 것이다. 식물로는 등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이 온것이다. 섭씨 20도정도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산에 싸리꽃이 피면 초가을이 왔다는 것이고, 단풍의 홍엽을 느끼게 되면, 섭씨 10도의 기온임을 알게 된다.

 

 

초복이 다가올 무렵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지낸 매미가 드디어 세상으로 나온다. 말복 무렵이면 수컷매미는 절규하듯 암컷을 향해 울어댄다. 그리고 장렬히 전사한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땅 속에서 유충 상태로 나무 뿌리의 즙을 먹으며 살아간다. 우리나라 매미의 경우 수명이 5년에서 7년이다. 성장을 한 매미는 지상으로 올라와 탈피와 함께 성충인 매미가 되고, 수컷 매미들만 짝짓기를 위해 울기 시작한다. 암컷은 소리낼 수 있는 기관이 없다. 그래서 암매미는 ‘벙어리매미’로 불린다.

 

매미 소리가 처절할 만큼 요란한 것은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수컷은 짝짓기 뒤 생을 마감하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많은 수컷이 합창을 하는 이유는 천적인 새와 거미, 다람쥐 등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신기하게도 매미는 제 몸 색깔과 비슷한 나무에 붙어 지낸다. 천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매미들은 약 한 달 정도의 짝짓기와 산란 과정을 보내고 생을 마감한다.  땅 속에서 7년, 땅 위에서 한달, 교미 후 7일만에 죽는다. 그나마 교미에 성공한 매미는 복많은 매미다.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는 매미는 10마리 중 3마리에 불과하다. 약 30%만 연인이 되어 대를 잇게 되며, 나머지는 천적의 먹이가 되거나 총각(?)으로 생을 마감한다.

 

매미소리를 '소음'으로 느끼는 사람은 아직 매미의 목숨을 건 절규, 교미를 위한 간절한 울부짖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듣고나면 한 여름의 매미 소리는 귀에게 호사다. 전철이 지나는 곳에는 전철소리를 이길만큼 강한 소리를 발산한다. 

 

80dB은 지하철이 역사로 들어오면서 내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매미 울음소리 경우 작은 소리는 약 60dB, 큰 소리는 약 80dB이상의 소리를 낸다. 도시에서 60dB이상의 소리가 지속적으로 난다면 소음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매미의 소리가 더 크게, 더 거슬리게 들리는 이유는 데시벨 뿐만 아니라 고음역대에 있기 때문이다. 음역대가 높은 소리는 파장이 짧고 진동수가 높아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더 큰 에너지를 가진다.

 

매미는 목으로 울지 않는다. 발음기(진동막)로 불리는 배 아래쪽 V자 모양의 근육을 움직여서 소리를 낸다. 초당 300번 이상 늘였다줄였다 하면서 진동막을 흔들어댄다. 흥미로운 사실은 매미는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크게 운다. 작게 울면 암컷이 듣지 못할 수 있어서다. 연구에 따르면 울음 소리가 크고, 몸집이 큰 수컷이 인기가 많고, 짝짓기를 더 많이 한다고 알려졌다. 

 

매미는 ‘온도’와 ‘빛’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소리를 낸다. 변온동물인 매미는 보통 15℃ 이상 돼야 울음을 시작한다. 주광성 곤충인 매미는 대부분 한낮에 운다. 매미가 밤에 우는 이유는 가로등, 네오싸인, 빌딩간판 등 낮처럼 환한 빛공해 때문이다. 밤을 낮으로 착각해 울어대는 것이다.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영향도 있다. 그래서 시골매미보다 도시 매미가 더 크게, 세게, 많이 운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더 뜨거울수록, 더 밝을수록 매미는 요란하게 운다’가 정답이다.

 

사극에서 ‘익선관(翼蟬冠)’이 등장한다. 모자를 쓴 왕과 관리들을 보면, 왕이 쓴 관의 뒤쪽에는 한 쌍의 매미날개가 세로로, 관료들이 쓰는 관모에는 날개가 가로로 붙어 있다. 

 

즉 매미의 5덕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그 연유를 보면 3세기경 진(晉)나라 시인 육운(陸雲)이 매미를 유심히 관찰한 뒤 “매미는 머리에 주름이 있어 우아하고(文), 이슬을 먹고 사니 맑고(淸), 남의 곡식을 탐하지 않는 염치가 있으며(廉), 집이 없으니 검소함(儉)이 있다. 여기에 늘 때에 맞춰 행동하는 믿음(信)까지 있다”라고 칭송했다. 그가 이것을 ‘매미의 오덕’이라고 부른 후 관모에 본격적으로 매미날개를 붙이게 됐다.

 

곤충이면서 '익선관'이란 관직까지 역임한 나라밥을 먹는 공무원이다. 매미(蟬, 선)의 한자 이름에는 ‘한 가지’를 뜻하는 단(單)자가 들어 있다. 그것은 매미의 삶 전체가 인내와 단순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영역도 태어난 나무와 그 주변 한 곳이고, 오로지 한 길만을 꽂꽂이 버텨나가는 일생을 보여준다.

 

7년을 땅속에서 참고 견디다가 기껏 일주일 남짓 소리를 지르고 죽어간다. 흡사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외계에서 보낸 사절단의 숭고한 외침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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