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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구칼럼] '계란·달걀·알' 관찰·성찰·통찰…줄탁동기·콜럼버스달걀·병아리감별사·계란번호·크기와 껍질색·인류세

1. 김종필과 줄탁동기(啐啄同機)
​2. 남이 깨면 후라이, 내가 깨면 병아리
3. 콜럼버스의 달걀…'달걀 세우는 법'
4. 영화 '미나리'와 병아리 감별사
5. 계란번호에 이렇게 깊은 뜻이?
6. 왕란·특란·대란 중 가장 큰 달걀은? 영양차이는?  
7. 유정란과 무정란…껍질색과 영양분 상관관계
8. 인류세는 세금이 아니다? '닭뼈'가 인류세의 지질학적 특징?
9. 달걀 한 개로부터 얻는 철학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 계란 가격이 치솟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세계 계란 평균 가격이 2019년 대비 60% 급등했다. 계란 품귀 현상은 물론이고 오믈렛과 샌드위치 등 계란이 들어간 메뉴 가격이 인상되거나 대형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일부 메뉴가 단종되는 일까지 생겼다.

 

삶은 달걀 1개의 열량이 80kcal정도인데, 우리 몸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 이상 되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 달걀은 단백질 식품의 품질을 의미하는 '생물가'가 약 93.7%로 매우 높다. 두뇌와 눈에 좋은 인지질과 루테인, 비타민 A, 비타민D, 비타민 E,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건강필수, 완전식품으로 꼽힌다.

 

전세계 계란대란이 일어나는 가운데 계란(달걀, 알)에 대한 관찰, 성찰, 통찰의 이야기를 나눠보자. 

 

 

1. 김종필과 줄탁동기(啐啄同機)

 

줄탁동기(啐啄同機)란 고사성어는 알에서 깨기 위해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다른 해석은 알속의 병아리가 안에서 톡톡 두드리는 것은 줄, 바깥의 어미닭이 쪼아주는 것을 탁, 이 '줄탁'의 시기가 거의 동시에 이뤄질 정도로 같다는 의미다. 줄탁동기, 줄탁동시 같이 쓰인다.

 

또 다른 의미는 병아리가 껍질을 쪼아 알을 깨는 행위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의 자세를 뜻하고, 밖에서 껍질을 쪼아주는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의 예리한 가르침을 비유한다. 즉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 깨우쳐야 할 때 깨닫지 못하면 헛일, 깨달음에도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때 불서(佛書) ‘벽암록’에 나오는 얘기다.

 

이 사자성어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어록 중 하나로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정치 9단, 영원한 2인자,예술문예를 겸비한 풍류의 정치인, 독서광에서 비롯된 엄청난 지식의 소유자 등의 별명을 가진 그가 대선정국을 앞둔 1997년 신년휘호로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정치인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직설적으로 말못할 상황에서 많은 의미를 담은 함축적이면서도 묘한 여윤을 남기는 고사성어를 즐겨 사용한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고사성어들은 가끔씩 탄성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촌철살인'의 의미를 담고있거나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숨겨져 있다. 김종필씨는 매년 신년휘호를 통해 향후 정치적 행보나 정국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왔다.

 

당시 그는 "사람은 물론 이 세상에는 모든 것이 다 때가 있고, 그 때가 이르렀을때 비로소 움직여야 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잠시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 9단의 파란만장했던 정치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그의 신년 휘호 및 한자성어를 소개하자면, ▲자의반타의반 ▲기승전결 ▲소이부답 ▲와우각상쟁 ▲의식족즉지영욕 ▲춘래불사춘 ▲토사구팽▲ 연작안지홍곡지지재 ▲실사구시 ▲줄탁동기 ▲부대심청한 ▲사유무애 ▲일상사무사 ▲양양천양유유고금 ▲조반역리 ▲이화위존 ▲군자표변 등이 있었다.

 

​2. 남이 깨면 후라이, 내가 깨면 병아리

 

우리 주변에서 농담처럼 쓰는 말이지만 상당히 깊은 의미가 담겨진 말이다. 우리 모두는 알 속에 있으며, 내 힘으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병아리가 될수 있다. 반면 나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의 힘에 의해 중요한 것이 결정되고 이뤄진다면 결국 나는 후라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류의 비슷한 의미있는 말로는 ▲'끝난 사람'이 아니라 '끝내주는 사람'이 될 것 ▲'우스운 사람'(조롱, 놀림)이 아닌 '웃겨주는 사람'(유머감각, 재치)이 되어라 ▲걸림돌 아닌 디딤돌 ▲짐이 아닌 힘 ▲가슴이 아니라 무릎을 치게 하는 사람 ▲치킨을 시킬래, 튀길래, 나를래(치킨을 주문하는 사람, 치킨을 튀겨서 파는 사람, 치킨을 배달하는 사람) 등이 있다.

 

3. 콜럼버스의 달걀…'달걀 세우는 법'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 별 것 아니라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달걀을 세워보라"고 역공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흔들자, 그는 달걀 한쪽을 깨뜨려 탁자에 세우고 나서, "모든 것은 시작이 어려운 법"이라고 훈계했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일단 하고 나면 매우 당연한 건데, 하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발상'을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인다.

 

콜럼버스는 깨뜨리지 않은 달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그런 얘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걀 세우기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고대에는 달걀을 세울 수 있는 것은 1년중 단 하루 '춘분' 뿐이라고 믿었다. 춘분에는 태양이 적도를 지나고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논거까지 곁들였다. 실제로 춘분이 되면 세계 여기저기 달걀 세우기 행사가 열린다. 알래스카대학의 켄 그레이 예술학과장은 1985년 춘분날 동료 20명과 함께 무려 170개의 달걀을 세우는 이벤트를 벌였다. 

 

달걀 세우는 법의 비결은 끈기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다. 균형을 최대한 잘 잡은 뒤 살며시 손을 떼면 된다. 잘 안되면 계란을 바꾸면 된다. 일종의 속임수지만, 달걀을 세게 흔들어주면 더 쉽게 세울 수 있다. 노른자를 중심에 고정시키는 알끈이 끊어져 노른자가 아래쪽으로 처지기 때문에 균형 잡기가 쉽다.

 

 

4. 영화 '미나리'와 병아리 감별사

 

영화 '미나리'에서 아들이 아빠에게 왜 어린 수평아리들을 폐기하는지 묻는 장면이 있다. 아빠는 "수평아리는 맛이 없거든. 알도 낳지 않고... 그러니까 우리는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해라고 말한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부친도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아들을 키워 왔다. 먹고살기 위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 한국인의 애환과 희망이 서린 직업이다.

 

병아리의 부화 직후, 그 암수를 감별하는 자를 병아리 감별사라 부른다. 부화장에서 부화 후 30시간 이내에 암컷과 수컷의 항문을 손으로 개장(開張)하여 식별하는 사람이다. 병아리 항문 속엔 거의 식별 불가능한 좁쌀 3분의 1 크기의 돌기가 있다. 그 주변의 온도, 습도, 장도의 차이를 손가락 끝으로 감지해 가려내야 하는 초감각 작업이다. 병아리 성별에 따라 사료 량이 달라지므로 감별 실패율이 10% 미만이 돼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 한국인의 감별 실패율은 5% 미만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15% 이상이다.

 

게다가 하루에 부화하는 병아리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시력이 좋고 색맹이 아니어야 하며 손은 가는 편이 좋다. 체력과 집중력이 좋고 성격이 세밀, 침착한 자가 적격이다. 살아있는 병아리 입장에서는 '죽이고 살리고를 결정'하는 일종의 저승사자(?) 같은 존재였다.

 

병아리 감별은 왜 중요할까. 암탉과 수탉은 사육 기간부터 다르다. 특히 암탉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난 뒤부터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가 되기에 수탉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다. 반면 수탉은 암탉보다 훨씬 빨리 사육 기간을 끝내고 옛날엔 소먹이 사료로 쓰이거나, 요즘은 도축장으로 간다. 이처럼 육계와 달걀 생산을 '최적화'하려면, 병아리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감별이 필수적이다.

 

옛날엔 감별로 쓸모없어진(?) 숫닭은 병아리 장수들에게 팔려나가서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팔렸다. 갓부화한 병아리라 살 수 있는 희망이 적어서 거의 팔린 후 하루를 넘기기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과거에는 양계협회에서 주관하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이 존재했었다. 응시자 수가 적어 1993년 폐지됐다. 현재는 민간 교육 기관이나 병아리 감별 연구소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대체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병아리 감별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론보다 개장을 실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3개월 정도 훈련하면 평균 90%의 감별이 가능하고, 6개월 이상 매일 연습하면 98% 감별한다. 부화, 육종, 닭의 사양관리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하며, 감별은 암실 전깃불 밑에서 실시하며 병아리 1수당 수수료를 받고 구별한다.

 

병아리 500마리를 7분 이내에 98% 이상으로 감별하는 고등 감별사가 되어야 해외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세계 병아리 감별사 중 60% 이상이 한국인으로 추산될 정도로 우리나라 감별사는 식별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서양에서는 치과의사, 미용사처럼 아주 귀해서 좋은 직업군에 속한다. 이유는 눈동자가 검은 동양인은 파란 눈동자의 서양인과 달리 불빛에도 장시간 작업이 가능해 유리하다고 전한다. 또한 손이 작고 섬세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감별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최근에는 병아리 감별을 기계로 자동화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작은 바늘을 달걀에 찔러 넣어 DNA 샘플을 채취한 뒤, 유전체 분석으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미리 구별해주는 장치다. 이런 유전체 분석 기기를 활용하면 수컷 병아리가 될 달걀을 부화시키지 않아도 되니 좀 더 생명 친화적이다. 다만 병아리 감별 기계의 정확성은 아직 인간만큼 완벽하지 않다. 암수를 잘못 판단해 폐기되는 달걀의 수는 병아리 감별사를 고용할 때보다 약 30~40%가량 더 들어간다.

 

 

5. 계란번호에 이렇게 깊은 뜻이?

 

대형마트나 동네슈퍼를 가서 계란구입시 계란에 작은 글씨로 숫자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달걀에는 총 10자리의 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를 난각번호라 부른다. 난각번호에 관계없이 무조건 가격만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라면, 이번 기회에 난각번호의 체계를 알아두면 좀 더 스마트하고, 가족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선, 달걀 껍질에 새겨진 글씨의 잉크는 식용가능한 색소다. 달걀을 삶을 때 껍질 안으로 잉크가 들어가더라도 먹을 때 문제되지 않는다.

 

첫번째 네 자리 숫자는 산란일을 의미한다.  두번째 다섯 자리 숫자는 생산자의 고유넘버를 뜻한다.

 

참고로 생산자 시·도 고유번호는 ▲서울특별시(01) ▲부산광역시(02) ▲대구광역시(03) ▲인천광역시(04) ▲광주광역시(05)▲대전광역시(06)▲울산광역시(07)▲경기도(08) ▲강원도(09) ▲충청북도(10) ▲충청남도(11) ▲전라북도(12) ▲전라남도(13) ▲경상북도(14) ▲경상남도(15) ▲제주특별자치도(16) ▲세종특별자치도(17)이다.

 

맨끝자리 한 자리 숫자는 1, 2, 3, 4로 표기돼 있다. 이는 숫자는 닭의 사육 환경을 나타낸다. 1번은 방사, 2번은 평사(실내에서 자유롭게 사육), 3번은 개선 케이지(사육밀도 0.075㎡), 4번은 기존 케이지(사육밀도 0.05㎡)에서 사육되었음을 알려준다. 

 

​난각번호 숫자에 따라 사육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당연히 숫자가 낮을수록 가격도 높아지고, 건강에도 좋은 계란이다. 난각번호 1, 2번을 부여받은 달걀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이 스트레스호르몬은 혈당을 높이고, 세포와 근육을 파괴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계업체 전문가 A씨는 "무조건 1번이 좋고, 4번이 나쁘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며 "사육환경 못지 않게 어떤 먹이를 먹고 자랐는지, 선별과 유통 과정이 얼마나 위생적으로 이뤄지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방사의 계란의 경우 외부 환경에 노출이 잘 되고, 개체별 관리가 쉽지 않아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질병 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리미엄 마켓을 추구해온 마켓컬리가 '4번 달걀'을 판매해 논란이 일자 이렇게 항변했다.

 

마켓컬리측은 "시름시름 아픈 돼지를 '무항생제 고기'로 만들겠다고 주사 처방 한번 안하는 게 동물복지인가? 하루면 나을 질병을 10일 넘게 아프게 내버려두는 게 정말 그 동물이 행복한 삶일까. 자연방사 유정란은 닭이 마음껏 돌아다니다 달걀을 여기저기 낳는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일 수 있지만 그만큼 달걀 자체가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설계한 스마트팜은 내부 온도, 일조량, 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농도 등을 체계적으로 조절한다. 닭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단순히 면적뿐 아니라 지내는 환경, 위생, 먹이 등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스마트팜은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달걀을 생산해낸다. 1, 2번 달걀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유통과정 등에서 쉽게 문제가 생긴다.스마트팜의 달걀은 균일한 품질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잘 관리된 스마트팜은 사람 대신 컴퓨터가 닭을 사육하고 관리한다. 좁은 케이지에 다닥다닥 닭을 집어넣어 기르는 농장과는 다르다. 케이지 안에서 실시간 닭의 몸무게와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이에 맞는 사료를 준다. 무균 상태의 최적의 조건으로 자라기 때문에 달걀의 품질, 위생 상태가 뛰어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6. 왕란·특란·대란 중 가장 큰 달걀은? 영양차이는?  

 

마트에서 달걀을 구입할 때 자주 보는 이름이다. 과연 왕란·특란·대란 중 진짜 큰게 어떤 것일까.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명명했을까.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달걀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중량규격을 5가지로 구분한다. 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은 단순히 중량규격일 뿐 등급과는 관계가 없다. 달걀의 크기가 클수록 영양도 많고 건강에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닭은 나이가 들면 몸집이 커지는데, 몸집이 커진 늙은 닭이 알을 낳으면 달걀의 크기도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나이가 든 닭이 낳으면 보통 왕란이나 특란, 주로 어린 닭이 낳으면 중란, 소란이다.

 

등급 판정 달걀 중 70.8%는 특란이다. 대란은 28.1%, 왕란은 0.8%로 보통 소비자들이 구매하게 되는 달걀은 특란인 것. 왕란 개수가 적은 이유는 외관품질 수준이 등급판정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소란, 중란은 생산기간이 짧고 생산량이 많지 않아 등급판정 개수도 적다.

 

소, 돼지고기에도 등급제도가 있듯 달걀에도 품질에 따른 등급제도가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달걀의 외관상태, 난황(노른자) 퍼짐 정도 이물질 등을 평가해 1+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등급판정 달걀의 91.7%가 1+등급이다. 1등급은 8.2%, 2등급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해 먹는 대부분의 달걀은 특란, 1+등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7. 유정란과 무정란…껍질색과 영양분 상관관계

 

계란에는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는 유정란과 병아리가 태어나지 못하는 무정란이 있다. 둘의 차이는 수정 유무의 차이다. 암탉은 매일같이 알을 낳으며 닭의 발정 주기는 그만큼 빠르다. 수탉의 정자는 견고한 난각에 둘러싸인 난자를 수정시킬 수 없으니 다음 배란 후 수정을 해야 하며, 정자는 거의 한 달간 생존할 수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다수의 계란은 무정란이며 유정란은 대놓고 쓰여있다.

 

가격은 무정란보다는 유정란이 더 비싸다. 한때 웰빙 열풍이 불었을 때 유정란이 더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 유정란과 무정란은 생명활동이 생기느냐 안생기느냐의 차이만 있을뿐 단백질 덩어리인건 똑같으며 영양 성분의 차이도 없다.

 

무정란과 유정란은 비단 계란 뿐만 아니라 모든 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즉 새나 파충류, 단공류, 어류 같은 척추동물들 뿐만 아니라 개미나 벌 같은 일부 동물은 제외한 무척추동물의 알 역시 수정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는 의미가 없다. 육안으로 구별만 안 될 뿐이지 어떤 종류의 알이라 할지라도 수정이 되지 않은 알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 결국 썩어서 버려지거나, 누군가에게 먹힐 뿐이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무정란을 구분해서 먹는 오보(비건의 허용 품목에서 알(계란, 메추리알 등)만 추가로 허용. 닭은 수정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 무정란을 낳기 때문에 살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관점), 락토 오보 계열(비건의 허용 품목에서 우유, 유제품만 추가로 허용.힌두교와 불교에서 일반적으로 일컫는 채식주의의 의미)도 있다.

 

달걀의 껍질도 색이 다른데, 껍질색과 영양분은 직접적 관계가 없다. 껍질의 색깔은 알을 낳은 닭의 품종이나 색깔에 따라 다르다. 껍질 보단 노른자의 색이 영양과 연관된다. 달걀 노른자의 색깔이 진할수록 암탉이 영양가 있는 곡물을 많이 섭취한 것이며, 노른자의 영양분도 높다.

 

또 달걀 흰자에 포함된 하얀 덩어리인 알끈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알끈은 노른자를 흰자 중앙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달걀에서 혈액 반점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암탉의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흘러나온 소량의 혈액이 난황에 부착됐기 때문이다. 혈액 반점만 제거하거나 가열해서 섭취하면 된다.

 

달걀의 신선도는 흰자의 탄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흰자가 탄력 있으며 노른자를 품고 있을수록 싱싱하다. 반면, 흰자가 퍼져있고 노른자를 품고 있지 않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달걀이다. 또 오래된 계란일수록 흰자가 물처럼 퍼지는 모습을 보이고, 물 위에 잘 뜬다.

 

 

8. 인류세는 세금이 아니다? '닭뼈'가 인류세의 지질학적 특징?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세금의 일종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다. 즉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 대량절멸에 의한 생물 다양성의 상실, 인공 물질의 확대, 화석 연료의 연소나 핵실험에 의한 퇴적물의 변화 등이 주요 특징이며 이들은 모두 인류 활동이 원인이다.

 

방사선, 대기 중의 이산화 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가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로 언급된다.

 

인류세의 영문 표현인 Anthropocene은 사람을 뜻하는 anthropo-에 세를 뜻하는 접미사 -cene가 결합한 것이다. 또한 -cene는 새롭다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단어 καινός(kainos)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제층서학회의 인류세 워킹그룹(AWG) 의장 얀 잘라세위츠 영국 레스터 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지질 시대의 증거는 닭 뼈다. 오늘날의 우리가 공룡 뼈로 중생대를 판별하듯 후세도 닭 뼈로 인류세를 감별할 것이다"고 말했다. 닭은 한 해 약 650억 마리가 도살될 정도로 전 지구적인 가축이기 때문에 닭고기의 닭뼈가 인류세의 최대 지질학적 특징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며 정식 지질 연대로 포함돼야 할지는 아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류세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안이 있는데 1만2000년 전 신석기 혁명이 일어났을 때를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반대로 1900년경이나 1960년대 이후처럼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9. 달걀 한 개로부터 얻는 철학

 

흔히 중심과 변두리를 노른자와 흰자에 비유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 귀하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른자와 흰자가 잘 섞일 때 달걀말이가 되듯 조화로운 배합이 좋은 음식을 만든다.

 

주변이 없으면 중심도 없다. 사람들은 언저리보다 중심에 더 주목하지만, 언저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중심은 표적을 잃어버리듯 허울뿐이다. 

 

중심에서 떨어져 주변을 살피고, 어긋나게도 보고, 때로는 느긋하게 기다리며  일이 돌아가는 형편도 파악해야 한다.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곳이 어디든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최장순 수필 '달걀 한 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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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회복 연구실] 상처는 흉터가 아닌, 성장의 나이테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

[눈치코치]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당신의 선택은?

어느덧 여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살포시 돌아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저는 말년 군인에서 다시금 ‘군기 팍 든’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들어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습니다. 23년 전 공채로 입사해 4년 남짓 다니며 대리로 특진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이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심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래, 아니면 조직 안에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할래?” 제 선택은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라는 본래의 신호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과감히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 이직을 해야만 스페셜리스트가 될까요? 제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입니다. 한 회사에서 같은 팀, 같은 본부에 수십 년을 머무는 건 - 자의든 타의든 -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나 조직장과의 관계, 회사 시스템의 변화,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언젠가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결국 나만의 커리

[플라이미투더문] 노력도 가끔 배신한다…방향성 있는 노력이 중요

딸아이에게 종종 동화책을 읽어줄 때면, 필자는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해 주겠다는 명목 하에 여러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물론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아이엄마의 불편한 시선은 마치 세금과도 같다. “백설공주가 주인 없는 난쟁이 집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자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신데렐라의 구두는 왜 12시가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발사이즈로 특정인물을 가늠하는 것이 논리적인 접근인가?” 이러한 괴짜스러운 접근방식이 ‘토끼와 거북이’의 한 구절에 닿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노력도 가끔은 배신한다 얼마 전 매니저와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과 코칭을 진행 한 적이 있다. 그는 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껏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매니저에게 맞추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없음을 느껴 정신적으로 위축이 되고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한 상태였다. 심지어 내면에 매니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커진 상태였다. “제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걸까요?” 힘겹게 꺼낸 그의 말에 나는 질문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 5년 후의 나를 상상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입을 열었다.

[Moonshot-thinking] 서울 오피스 시장의 조용한 이동…"큰 숲 아닌 다핵적 도시 생태계로 재편될 것"

도시는 숲과 같다.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내린 자리에는 그늘이 드리우고, 작은 풀과 꽃은 늘 주변부를 향해 흩어진다. 요즘 서울의 오피스 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한때 기업들은 ‘큰 나무’의 상징인 대형 빌딩과 전통적 핵심 권역에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이제는 작은 숲을 이루며 점진적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니라, 가늘고 지속적인 흐름이다. ◆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의 명령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얼마전 발간한 ‘2025 오피스 임차시장 트랜드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의 재정 부담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이전 수요는 서울 기타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임대차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큰 빌딩에 입주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강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합리적”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불확실한 경기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 공실률, 안정과 불안 사이 서울 핵심 권역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