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전 부인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향후 2년간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렌치 게이츠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 칼럼을 통해 "향후 2년간 여성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조직에 1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수년 전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지 않으면 남이 대신해 주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받고 이 말을 새기며 살아왔다. 이것이 내가 게이츠 재단을 떠나기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10억 달러의 기금은 프렌치 게이츠가 운영하는 법인 피보털벤처스를 통해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하는 생식권센터(CRR)·여성정책연구소·국립여성법센터(NWLC) 등 10여개 단체에 지원될 예정이다. 또 멜린다는 10여명의 인물을 선정해 약 2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와 앨리슨 펠릭스 전 미국 국가대표 육상선수가 포함된다.
프렌치 게이츠는 2021년 빌 게이츠와 이혼했고, 지난 13일에는 독자적 자선 사업을 하기 위해 공동 의장으로 있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떠났다. 당시 멜린다는 2021년 이혼 합의 조건에 따라 125억 달러(약 17조1137억원)의 별도 자선 사업 자금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향후 2년간 여성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조직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오랜 기간 해외에서 피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여성의 생식권을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산모 사망률이 터무니없이 높고, 여성들은 14개 주에서 낙태할 권리도 잃었다”며 “자살 충동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10대 소녀의 숫자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미국 내 기부금의 2%만 여성과 소녀에 초점을 맞춘 재단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조직들의 만성적인 자금 부족 상황을 내버려두면 우리 모두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한 살배기 내 손녀가 나보다 더 적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기부는 미국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금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폐기한 후 각 주가 낙태 허용 여부를 정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 테네시 등 14개 주는 낙태를 전면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