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이 첫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AP 통신등 외신들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특히 이번 우주관광 비행에는 파킨슨병을 앓는 영국의 전직 카누 선수로 올해 80세인 존 굿윈과 카리브 제도 출신 사업가이자 헬스 코치 케이샤 샤하프(46), 그의 딸인 대학생 아나스타샤 메이어스(18) 등 민간인 3명이 탑승했다.
버진 갤럭틱은 10일(현지시간) 이들을 태운 첫 우주관광 '갤럭틱 02'의 비행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버진 갤럭틱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2004년 설립한 우주 여행 사업 회사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사는 브랜슨 회장은 이날 앤티가 섬에서 파티를 열고 버진 갤럭틱의 비행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 모선인 ‘VSS 이브’는 이날 미 중부시간으로 오전 9시쯤 뉴멕시코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이륙했고, 20분쯤 뒤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가 모선에서 분리돼 우주의 가장자리인 약 55마일(88.51㎞)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탑승자들이 이 고도에서 몇 분간 무중력을 체험하며 창밖으로 우주 전망을 바라본 뒤 우주비행선은 다시 남은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버진 갤럭틱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80~100㎞까지 올라가는 준궤도 우주 비행선을 개발해왔다. 로켓을 수직으로 발사하는 방식 대신 모선 항공기로 이륙한 뒤 탑재된 우주선을 고고도의 상공에서 분리하는 방식이다. 모선 항공기와 우주선에는 각각 2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특히 파킨슨병을 앓는 80대 노인 굿윈은 "파킨슨과 같은 장애가 인생의 끝이 아닌,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이번 여행을 강행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굿윈은 1972년 올림픽 카누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 출신으로, 2005년 버진 갤럭틱이 처음으로 우주관광 티켓을 판매했을 당시 구매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당시 티켓 가격은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였다.
운이 없게도 그는 티켓을 구입한 뒤 201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파킨슨병은 뇌 특정 부위에 생기는 퇴행성 장애로, 근육에 떨림과 경직이 생기고 균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우주여행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굿윈은 "3년 전 나는 킬리만자로를 오른 뒤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다. 이는 파킨슨병이 나에게 등산을 포기시킬 수 없으며, 우주 비행도 마찬가지란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우주여행을 통해) 이런 장애가 인생의 끝이 아닌,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주여행의 다른 탑승자인 샤하프와 메이어스 모녀는 비영리 단체 ‘스페이스 포 휴머니티’에 기부하면 버진 갤럭틱 우주 관광 티켓에 응모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해 16만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우주선 탑승 기회를 얻었다.
샤하프는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이어스는 "어린시절의 꿈이 이루어졌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면서 "비행 내내 한 생각은 ‘우와!’뿐이었다"고 감격을 피력했다.
앞서 지난 6월 버진 갤럭틱의 첫 상업용 비행이었던 ‘갤럭틱 01’에는 이탈리아 연구팀이 탑승해 과학 실험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지난 10여년간 판매한 티켓은 약 800장이다. 현재 티켓 가격은 45만달러(약 5억900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