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세 번째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뒤에서 묵묵히 고생한 한국의 기업들이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 이번 발사에 참여한 기업들이 공로와 성과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누리호 3차발사 성공으로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누리호 3차에선 민간체계종합기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에 최초로 참여해 '한국판 스페이스X'의 첫 시작을 알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후 12월 본계약을 체결해 민간 체계종합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6기의 엔진을 조립, 납품하는 역할을 수행한 데 이어 민간 체계종합 기업으로 선정된 것.
2025년 진행될 예정인 4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항우연이 보유하고 있는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 및 발사운용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2027년 예정된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 발사운용책임자(LD)를 제외한 모든 실무 책임자 자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 추가 발사는 여전히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도전적인 사업이지만 항우연의 축적된 역량과 국내 300여 개 업체의 기술, 한화의 우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추가 발사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누리호 체계총조립을 맡았다.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부품들을 조립했으며,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특히 KAI가 개발한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는 영하 200도까지 견딜 수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반 탱크보다 얇게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KAI는 또 1단 추진제 탱크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 제작도 제작했다. 이외에도 엔진 4기의 일체화 작업인 클러스터링 조립 등도 수행했다.
4차 발사에서는 KAI가 총괄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설치될 예정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 개발에는 KAI 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 카이스트(KAIST), 한림대학교도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시스템 운용 지원을 맡았다. 2013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Ⅰ)’ 발사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발사를 위한 ‘한국형 발사대시스템’을 수주한 것이다.
나로호가 총 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던데 비해 누리호는 총 길이 47.2m에 200t의 3단 발사체로 커졌다. 기존 나로호 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대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발사대시스템은 지하 3층 구조로 연면적 약 6000㎡에 이른다.
현대로템은 추진기관 시스템의 시험설비에 참여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설비는 7t, 75t, 300t급 발사체를 지상에서 연소 시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설비에서 연소 시험 등을 거쳐야 발사체의 종합 성능 검증이 가능하다.
대기업 외 다양한 중견·중소기업도 누리호 제작에 힘을 보탰다. 한국화이바는 누리호 동체와 페이링을, 자동차 터보 엔진 부품사인 에스엔에이치는 누리호 터보펌프를 제작했다. 구조체 제작에는 KAI 이외에도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데크항공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