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을 넘어, 반려동물을 자기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펫미족(PetMe)’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일이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펫시장의 성장이 이번에는 골프장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2년 기준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17개 광역시·도, 228개 시·군·구)에서 반려견 29만958마리가 신규 등록돼 총 302만5859마리가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9.4% 증가한 수치로, 우리나라 인구 16명당 반려견 1마리가 생활하는 셈이다.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도 5조원대를 넘어섰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해지고 더 많아졌다. 특히 외식, 관광, 숙박 업계의 움직임이 빠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일부 호텔·리조트에서 반려동물과 동반 출입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한다. 현행법상 식음 업장에서 동물의 출입, 전시, 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영업장과 분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한시적 규제 유예·면제 실증 특례 허가를 승인받아 예외적으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하게 됐다.
관광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는 펫팸족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반려견 동반 식당과 카페, 전용 놀이터 등이 생겨났다. 지역별 마케팅도 활발하다. 경남 거제시는 반려동물 해수 욕장인 ‘댕수욕장’을, 강원 양양군은 ‘멍비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제주도는 ‘반려견 동반 가능한 마을 카페 5선’을 온라인 홍보 채널을 통해 선보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반려견 입장을 허용하는 자연휴양림이나 반려견 전용 놀이터, 전용 펜션 등도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장도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은 2019년부터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단, 한 팀(2~4인 기준)당 반려견 한 마리만 동반할 수 있고, 추가로 그린피(입장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내장객의 안전을 위해 반려견의 무게를 20㎏ 이내로 제한하고, 동물보호법상 맹견에 해당하는 도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 리어, 로트와일러 등은 입장할 수 없다. 소형견이라도 너무 사납거나 많이 짖으면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 또 골프 클럽 내에서는 리드 줄착용이 필수다.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다른 내장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엄격히 제한한다.
물론 입장이 허용된 반려동물은 추가 금액을 내는 만큼 고객으로 대우한다. 반려견은 골프 트래블 주관 아시아 100대 코스, 국내 10 대 코스로 선정될 만큼 멋진 코스의 페어웨이를 산책할 수 있고, 친환경 케이프(목걸이)와 간식, 장난감, 배변 봉투 등을 제공받는다.
또 롯데스카이힐CC는 반려견 동반 라운드를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유기견 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골프장이 반려견 동반호텔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펫프랜들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앞서 2018년에는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까스텔바작 후원으로 국내 최초 반려견 동반 골프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골프장이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첫째,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놀이 시설은 많지만, 골프장만큼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만큼 넓은 공간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반면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반려견 수는 매우 적기 때문에 ‘전세 낸’ 듯 마음껏 놀 수 있다. 코스를 비롯해 모든 부대시설이 쾌적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반려동물 복지에 최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국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려견을 데리고 골프를 쳤다. 어릴 때부터 골프장을 함께 다닌 반려견은 골프 에티켓을 몸에 익혔을 정도다. 숲으로 날아간 공을 가져오는 반려견도 있다.
한편으론 반려견 입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먼저 위생 문제다. 견주가 신경을 쓴다고 해도 위생 문제가 완전히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다른 내장객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두 번째, 정숙 문제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골프 경기 특성상 옆 팀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방해받을 수 있다. 반려견 역시 크게 짖으면 라운드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
셋째, 인력 문제다. 골프장에서는 추가적으로 반려견을 관리하는 인력이나 위생 관리를할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야 하니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골프장 안 또는 인근에 사는 야생동물과의 충돌이나 코스 훼손 등도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려동물과의 상생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반려견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반려동물 산업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골프장으로부터 환영받기 위해선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평소 기본 에티켓을 교육해 반려견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악행도 사라져야 한다. 반려동물과 건강한 상생은 분명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