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황금같은 이 시간도 곧 끝나겠죠? 엔데믹을 맞아 어렵사리 가족 구성원 모두 시간을 내서 함께 서유럽이란 공간을 이동하고 있습니다.
<크로와상>
영국을 찍고 찾은 프랑스는 정말 ‘크로와상’의 나라가 맞나 봅니다. 4성급 호텔이라 기대도 안했건만 조식뷔페서 만난 이 놈은 어찌나 실하던지... 한국에서 그렇게 맛있게 흡입한 파리바게뜨 빵은 “훠~이”라며 저리 가라고 외치고 싶었답니다.
그러고보니 단지 밀가루를 잘 포개서 오븐에 굽고 버터에 발라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이 크로와상 맛의 비밀 역시 폴딩 속 차지하는 ‘공간’이고 그 장소에 스며든 굽기와 찰짐이 맛을 좌지우지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여행은 뭔가를 일깨워주는 특별한 매직을 갖고 있네요.
<개선문>
먼 발치서 바라보며 그저 한자의 ‘門 문’을 닮았다 치부했는데, 가까이 다가설수록 내뿜는 위용은 어렸을 적 부루마블 게임에서만 봤던 일반문이 아니었습니다. 점심 식당도 나폴레옹 형님께서 자주 애용하던 오래된 식당의 명당 자리라 들었는데(연어가 어찌나 맛나던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 문앞에 서있으니 제가 마치 연개소문이라도 된 느낌이 팍! 들었답니다.
도시의 한 가운데 공간미와 효율성을 따진다면 참으로 무모한 짓일텐데 이제 이 장소는 전세계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몰려드는 불후의 공간인 걸 보면 공간이란 녀석은 차지하고 막고 서있어도 그 자체의 의미가 있나 봅니다.
이후 샹제리제 거리의 루이비통과 디오르 본사도 곁눈질하고(쇼핑은 언감생심),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파리지앵 흉내내기 삼매경이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저 파리온 것 맞죠? 예술과 감성의 도시라는 건 진작 알았으나, 이거 참 입이 그냥 턱까지 쭈욱 열리더라구요… 상징인 피라미드 모양 유리문 앞에서 이 사진 저 사진 찰칵찰칵. 가이드님 따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친절한 설명 듣고 이제서야 ‘모나리자’ 누나를 영접했답니다. (너무 많은 인파로 근접을 못해 그런지 생각보다 감흥은 영~ 죄송요 리자누나) 팔이 없어도 양팔을 가진 일반인보다 더 아름다운 눈앞에서 만난 ‘비너스’ 조각상은 인비저블(invisible)공간이 더욱 visual하다는 반어적 역설미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사실, 유튜브로 살펴만 봐도 지근거리에서 아주 적확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오리지널이 있는 이 곳을 그것도 아주 먼발치 곁눈질 수준인데 보고 있는걸까요? 하지만 거리를 떠나 그 예술작품이 있는 공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고 진짜 작품을 봤다는 가슴벅참이 몰려오는 걸 보니 ‘함께하는 공간’이야말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진정한 장소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답니다.
<에펠탑>
어렸을 적 성냥개비 쌓아가며 “이게 뭐냐면 바로 에펠타워야~”라고 넉살을 부렸는데, 철근 조합이 아닌 정말 철인28호같은 철탑에 제 가슴도 철렁했답니다. 전망대가 있는 2층까지 엘리베이터 타고 바라본 파리 시내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파노라마 풍경화 그 자체였지요.. 2시간을 기다렸는데, 머문 시간은 고작 20분이었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의 지겨움도 씻은 듯이 사라졌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는 파리올림픽도 열리는 해인데 어찌보면 흉물에 그칠 수 있는 100년도 더 된 철탑공간이 주는 세월을 거스른 감흥은 위대하기까지 했습니다.
<세느강 유람선 투어>
한강과 가평에서 그렇게나 많이 타봤는데 설마 뭐 있겠어? 라고 의심한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몇 올 없긴 하지만 머릿결 휘날리며 강변을 따라 알콩달콩 데이트중인 커플에게 손도 흔들며 제대로 유러피언이 된 나는야 바로 챔피언!! 서유럽 여정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To be continued)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아이티 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