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8 (금)

  • 맑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4.1℃
  • 맑음대전 19.9℃
  • 박무대구 19.3℃
  • 흐림울산 19.8℃
  • 구름조금광주 20.9℃
  • 부산 21.0℃
  • 맑음고창 18.6℃
  • 박무제주 20.4℃
  • 맑음강화 18.7℃
  • 맑음보은 15.5℃
  • 맑음금산 18.2℃
  • 구름많음강진군 19.1℃
  • 구름많음경주시 18.4℃
  • 흐림거제 19.0℃
기상청 제공

Opinion

[공간과 공감] 크로와상, 개선문 그리고 비너스…佛 파리에서 찾은 공간

칼럼니스트 올림의 ’공간(space)‘ 이야기④

 

이렇게 황금같은 이 시간도 곧 끝나겠죠? 엔데믹을 맞아 어렵사리 가족 구성원 모두 시간을 내서 함께 서유럽이란 공간을 이동하고 있습니다. 

 

<크로와상>

 

영국을 찍고 찾은 프랑스는 정말 ‘크로와상’의 나라가 맞나 봅니다. 4성급 호텔이라 기대도 안했건만 조식뷔페서 만난 이 놈은 어찌나 실하던지... 한국에서 그렇게 맛있게 흡입한 파리바게뜨 빵은 “훠~이”라며 저리 가라고 외치고 싶었답니다.

 

그러고보니 단지 밀가루를 잘 포개서 오븐에 굽고 버터에 발라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이 크로와상 맛의 비밀 역시 폴딩 속 차지하는 ‘공간’이고 그 장소에 스며든 굽기와 찰짐이 맛을 좌지우지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여행은 뭔가를 일깨워주는 특별한 매직을 갖고 있네요.

 

<개선문>

 

먼 발치서 바라보며 그저 한자의 ‘門 문’을 닮았다 치부했는데, 가까이 다가설수록 내뿜는 위용은 어렸을 적 부루마블 게임에서만 봤던 일반문이 아니었습니다. 점심 식당도 나폴레옹 형님께서 자주 애용하던 오래된 식당의 명당 자리라 들었는데(연어가 어찌나 맛나던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 문앞에 서있으니 제가 마치 연개소문이라도 된 느낌이 팍! 들었답니다.

 

도시의 한 가운데 공간미와 효율성을 따진다면 참으로 무모한 짓일텐데 이제 이 장소는 전세계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몰려드는 불후의 공간인 걸 보면 공간이란 녀석은 차지하고 막고 서있어도 그 자체의 의미가 있나 봅니다.

 

이후 샹제리제 거리의 루이비통과 디오르 본사도 곁눈질하고(쇼핑은 언감생심),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파리지앵 흉내내기 삼매경이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저 파리온 것 맞죠? 예술과 감성의 도시라는 건 진작 알았으나, 이거 참 입이 그냥 턱까지 쭈욱 열리더라구요… 상징인 피라미드 모양 유리문 앞에서 이 사진 저 사진 찰칵찰칵. 가이드님 따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친절한 설명 듣고 이제서야 ‘모나리자’ 누나를 영접했답니다. (너무 많은 인파로 근접을 못해 그런지 생각보다 감흥은 영~ 죄송요 리자누나) 팔이 없어도 양팔을 가진 일반인보다 더 아름다운 눈앞에서 만난 ‘비너스’ 조각상은 인비저블(invisible)공간이 더욱 visual하다는 반어적 역설미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사실, 유튜브로 살펴만 봐도 지근거리에서 아주 적확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오리지널이 있는 이 곳을 그것도 아주 먼발치 곁눈질 수준인데 보고 있는걸까요? 하지만 거리를 떠나 그 예술작품이 있는 공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고 진짜 작품을 봤다는 가슴벅참이 몰려오는 걸 보니 ‘함께하는 공간’이야말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진정한 장소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답니다.

 

 

<에펠탑>


어렸을 적 성냥개비 쌓아가며 “이게 뭐냐면 바로 에펠타워야~”라고 넉살을 부렸는데, 철근 조합이 아닌 정말 철인28호같은 철탑에 제 가슴도 철렁했답니다. 전망대가 있는 2층까지 엘리베이터 타고 바라본 파리 시내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파노라마 풍경화 그 자체였지요.. 2시간을 기다렸는데, 머문 시간은 고작 20분이었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의 지겨움도 씻은 듯이 사라졌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는 파리올림픽도 열리는 해인데 어찌보면 흉물에 그칠 수 있는 100년도 더 된 철탑공간이 주는 세월을 거스른 감흥은 위대하기까지 했습니다.

 

<세느강 유람선 투어>


한강과 가평에서 그렇게나 많이 타봤는데 설마 뭐 있겠어? 라고 의심한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몇 올 없긴 하지만 머릿결 휘날리며 강변을 따라 알콩달콩 데이트중인 커플에게 손도 흔들며 제대로 유러피언이 된 나는야 바로 챔피언!! 서유럽 여정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To be continued)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아이티 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배너

관련기사

2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마음공간] 순간이동 아니 '순간망각'의 생활화

‘영원불멸’…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변하지 않고 없어지지 않음을 말하니,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떠나 굉장히 있어 보이고 유서 깊어 보입니다. 이에 반해 순간과 찰나 등은 아주 잠깐의 시간으로, 그저 스쳐 지남인데 굳이 의미를 부여하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처럼 이 역시 우리가 만들어가는 작지만 큰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왜 시간 이야기를 꺼내들었을까요? ‘무심’을 견지하기 위해선 딱 하나만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조직 생활을 함에 있어 순간 ‘욱’할 경우 그리고 ’화‘를 참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아가 ’잠깐‘ 모면하면 될 일이 의외로 많은데 우리는 그런 자리와 그런 때를 안타깝게도 지키고 있습니다. 파수꾼도 아니면서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경비대도 아니면서 계속 바라보느라고… 군대도 시정하면 되는데 고수하느라고… 있지도 않았던 스트레스를 받고, 생기지도 않을 화병을 얻고, 끝내 난관에 처합니다. 그럼 어찌하면 될까요? 잠깐 밖으로 나가고, 잠시라도 나가서 걷든지 뛰고, 생각나는 걸 그냥 생각하지 마십시오. 막상 실천해보면 의외로 쉽고, 간단하고,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예전 건배사로 유명했던 “이멤버? 리멤버!”처럼 우리 계속 기억하자고 다짐도

[방구석은 우주] '러브레터' 한여름밤 꿈꾸는 겨울날의 사랑동화

6월이 이처럼 더운 계절이었던가요, 아니면 사무실 냉방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간이 선풍기를 켜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오후입니다. 기분 좋은 뉴스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 기업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 계속되는 이혼 소송 얘기 등 땀 나고 어질어질한 소식들이 넘쳐납니다. 이처럼 지치는 여름날 집에 돌아오면 뭔가 상큼하고 시원한, 여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를 봐야 제격이지요. 6월 셋째 주 월요일 저녁 <러브레터> DVD를 틀었습니다. <러브레터>는 대학교 2학년 때 이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1997년 가을, 학교 축제 때 영화 동아리가 강당을 빌려 이 작품을 상영했었지요. 아직 일본 영화가 공식적으로 수입되기 전이었습니다. 싼값에 낯선 나라 작품을 접한다는 생각으로 친구 네 명이 함께 강당을 향했고, 반해버렸습니다. 주연배우인 나카야마 미호에게 반한 건지, 아니면 영화에 반한 건지 아직도 헷갈리지만… 여하튼 반했습니다. 참 깨끗한 영화입니다. 흰 눈 가득한 산과 눈 오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배우가 설산에 대고 ‘오겡끼데스까’를 하도 외쳐서 그런지 작품 색깔도 하얗고 맑습니다.

[마음공간] 당신 마음 속엔 ‘배려‘라는 공간이 있나요?

내가 힘든데 주변을 챙길 여유가 있을까요? 인위적으로 그리고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일부러 누군가에게 뭔가를 서포트하려는 행동이 참됨은 아닐 것입니다. 무심은 사실 ‘이타주의’도 아니고 ‘이기주의’도 아닌 ‘개인주의’에 가깝지만, 한층 더 들여다보면 둘을 합친 ‘개타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몸에 베어있지 않다면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을텐데 아주 사소한 것도 챙기는 이들을 보면 사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무심파 입니다. 소피스트의 궤변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무심’안에는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정’과 함께 에로스나 아가페는 아닐지언정 교감할 수 있는 ‘사랑’을 넘어 기부라는 거창한 말은 아니지만 쉐어할 수 있는 ‘도네이션’이 담겨져 있습니다. 진짜 무정한 사람들은 자기만 챙기고 절대 주위를 살피지 않는데 그건 사회적 고립이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무심’이 아닌거죠. 바쁜 주중 어느 날 흐린 오후 한 때 움직이는 이동의 순간 대신 여유 있는 주말, 맑은 아침, 커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곤 합니다. 겉으론 이 세상 다가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죠. 꿈꿔봅니다.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날을

[방구석은 우주]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아재의 회사 생활이란 게 쉽지 않습니다. 남이 주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어서 그런 걸까요? 언제나 주인보다는 머슴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부장이 되어도 여전히 눈치 볼 윗분은 많고, 후배들 대하는 것도 편하지 않습니다. 환경은 또 왜 이리 빨리 변하는지 바뀐 트렌드며 기술 용어 따라가기 벅찹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지요. 분주하게 움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팀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저만 혼자 남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왠지 마음이 무겁고 외로워집니다. 이 같은 기분으로 돌아왔을 때 방구석에서 만나는 만화책 <미생>은 제게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미생>에는 직장인의 고민과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회사 전경과 사무실 모습처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잘 그려냈습니다. 직장인 이야기이지만, 확연한 계급 구조 속 분리·차별의 사회를 힘겹게 버텨내는 이들을 말하려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바둑에서 따왔다는,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란 뜻인 ‘미생’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지은 제목입니다. 프로바둑기사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장그래. 인턴 및 계약직으로, 또 중소기업 사원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그의 주변으로

[마음공간] ‘이상적 원시안’ 대신 ‘현실적 근시안’이 무심의 미덕

오늘 지나면 주말이고, 차주 조금 버티면 연휴고 그러고 나면 연말이고 또 한 해가 가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루틴 속에 나의 행복과 평정심을 찾고 그러면서 또 준비하고 도모하면 좋을꺼라고 현자들은 말합니다. 한마디로 멀리 보지도 말고, 예측하지도 말고, 깊게 발담그지 말라는 ’근시안‘적 사고가 필수란 말이었습니다. 보통은 훗날을 내다보고, 차기를 준비하며, 원대한 포부를 가지라고 할텐데 전 왜 여기서 이렇게 말하고 있을까요? 의구심이 드는 여러분, 이 기조를 한번 따라보시면 어떨까요… 그러고나니 아르키데메스 ’유레카‘는 아니지만 딱하고 떠오른 생각! ’맞아~ 고민해도 답이 없었고, 걱정해도 안풀렸으며, 노력해도 안되던 때가 있었지… 백날 훗날을 그려봐야 당장 한 치 앞을 모르는데, 뭔 의미가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저절로 무거웠던 머리가 끄덕여 졌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겠지만, 힘들껍니다. 멀리 보는 사람이 많이 담겠지만, 눈이 아플껍니다. 희망만을 꿈꾸면 절망이 왔을 때 무너질껍니다. 맞습니다… 그럴껍니다. 여러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수 이예린의 명곡 <늘 지금처럼>처럼 ’유지의 미학'을 실천하고 다짐하면

[마음공간] 당신의 동굴은? "마음 놓고 소리치고, 울 공간 마련"

‘없는 마음 갖기’란 일명 ‘무심’을 위한 기본인 ‘비움’을 생각해 본다면 역으로 뭔가 차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쌓여 있다는 거겠죠. 아마도 스트레스, 근심, 번뇌, 걱정 등등… 뭐 말해 봐야 입만 아플 뿐. 일주일 중 특정요일을 정해 재활용 분리수거 하듯 규칙적으로 할 순 없겠지만, 무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비움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 버리시겠습니까? 잔도 비우면 채우고, 허기도 느끼면 먹거리를 채워야 하듯 늘 일정한 수준으로 평상심에 가까운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소위 ‘카타르시스’ 전략이 필요합니다. 큰숨, 한숨, 명상 등은 이미 다들 하고 있는 것일테고 오늘은 좀 창피하지만, 때론 부끄럽겠지만 확실한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혼자만의 공간과 소음이 새어 나가지 않을 곳이 필수긴 한데 바로 ‘대성통곡’ 입니다. 물론 대성통곡이라 쓰고 크게 노래하기(소리지르기)라고 읽고 싶습니다. 순간의 분출로 희열을 맛볼 수 있으며, 내적으로 축적된 응분의 덩어리는 조금이나마 고성방가로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 눈물, 콧물 마저 적당한(?) 양으로 흘려준다면 감정의 정화와 함께 우리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의 배출로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