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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칼럼] 오펜하이머 누구?···원자폭탄·맨해튼 프로젝트·아인슈타인·노벨상·프로메테우스·공산당

'오펜하이머' 개봉일, 단하루만에 55만 동원하며 압도적 1위
원자폭탄 개발주역이며 군축주장한 오펜하이머 생애에 관심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원작…진실 바탕 둔 전기물
노벨상 후보만 세 번…수상은 못해
영화적 해석 더한 픽션…공산당 스파이로 의심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 첫날인 광복절 55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 첫날인 광복절 단하루만에 55만 관객을 동원, 성공적으로 문을 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전날 1607개 스크린에서 5433회 상영, 관객 55만2958명을 동원하며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미 한국에서 많은 고정팬을 보유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테넷'(13만) '덩케르크'(22만) '인터스텔라'(22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44만) 등 그간 선보였던 모든 작품들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라는 과학자는 누구인가. 

 

이 영화는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한다.  그리스의 반항적인 신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대가로, 캅카스 산의 바위에 사슬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독일은 누가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지 경쟁 중인 상황에서 이오펜하이머는 수많은 과학자가 참여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미국에 세계 첫 원자폭탄을 안겨줬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몇년 뒤 시작된 비공개 청문회를 통해 고통 받는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1904년 4월 22일 유복한 독일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지식에 발군의 기량을 보인 신동이었다. 특히 오펜하이머는 영어 외에도 그리스어·라틴어·프랑스어·독일어·네덜란드어·산스크리트어까지 총 7개 언어를 구사한 언어천재였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사실상 핵폭탄 개발의 주인공인 그는 왜 노벨상을 못받았을까. 우선 그와 27개월간 핵폭탄 연구를 함께 한 과학자 중 무려 18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1946년, 1951년, 1967년 등 3번이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렇다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그가 뛰어난 물리학자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발견하거나 정립한 이론이 없다. 노벨상은 뚜렷한 학술적 업적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 또 다른 이유는 너무나 많은 인류의 생명을 죽인 사람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이 뭔가 꺼림찍했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뉴욕 출신인 오펜하이머와 '맨해튼 프로젝트'의 유래에도 관심이 간다. '맨해튼 프로젝트'란 이름은 미국이 2차 대전 참전 후 과학기술자·공학자들을 한 곳에 모아 연구를 시켰는데, 연구 시설 중 상당수가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즉 원자폭탄이 맨해튼에서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맨해튼에서 초기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이 사용됐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실제 본부는 뉴욕 맨해튼이 아닌 뉴멕시코주에 꾸려졌다.

 

나중에 오펜하이머는 생전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로 물리학과 뉴멕시코주(州)를 꼽았다. 뉴욕출신인 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뉴멕시코주'와의 인연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매목이다.

 

아인슈타인과의 갈등설도 흥미꺼리다.

 

오펜하이머는 물리학계의 최고 거장,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1920년대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만났다. 아인슈타인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나치 독일보다 빨리 원폭을 개발해야 한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건의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은 과학적으로는 서로 부딪쳤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사이였다. 훗날 오펜하이머가 소련 스파이로 몰리자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조국에 충성한 대가라면 그도 등을 돌려야 한다"며 오펜하이머의 편을 들어 줬을 정도다.

 

영화 ‘오펜하이머’ 원작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카이 버드·마틴 셔윈 저)로 1056쪽(한국어판)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사이언스북스]

 

오펜하이머의 종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원폭 실험에 성공한 후 그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자책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문구는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어구다. 

 

그래서 그가 힌두교를 맹신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종교는 유대교. 오펜하이머는 유대인이긴 했지만 유대교를 맹신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하버드대 학부생 시절부터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고, 힌두교 철학에 빠져들었다. 그가 전공한 물리학 분야인 양자역학과 우주 창조와 기원을 고찰하는 힌두교와 일맥상통한다는 점도 그가 힌두교의 매력에 빠진 이유로 보는 의견도 있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공산당 스파이로 의심받아 청문회에 출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련이 미국의 예상보다 빨리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자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 게다가 오펜하이머의 아내, 아내의 전 남편, 애인, 동생, 제수, 절친이 모두 공산당원이었다. 오펜하이머는 공산당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여러 공산당 모임에 참여했으며, 거액을 기부한 적은 있어 의심은 아직도 의혹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개발 정보를 소련으로 빼돌린 진짜 스파이는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로 밝혀지며 그의 스파이 의혹도 막을 내렸다.

 

오펜하이머의 시그니처 중의 하나는 '체스터필드' 담배다. 그의 사진이 대부분 담배를 물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애연가로 알려졌다. 하루에 담배 100개비를 피웠다는 증언도 있다. 그는 결국 인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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