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인 'SVB(실리콘밸리뱅크)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파산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막심한 손해를 입은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속한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작년 연말 기준 10만795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주가 기준으로 2300만달러(약 304억원) 정도의 가치였다.
하지만 SVB가 파산하면서 전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1년 전만 해도 거의 600달러에 근접했던 SVB 금융그룹 주가는 지난 8일에는 267.83달러 수준이었는데, 파산 여파로 지난 9일 106.04달러까지 급락했다. 이후에는 거래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1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SVB 금융그룹 주식을 2만7664주 추가 매입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1만9884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 ‘저가매수’에 나선 것.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SVB는 1983년 개점, 40년 역사의 미국을 대표하는 은행이다. 미국 전역 17개 지점을 운영해 왔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부터 상장한 테크기업 등과 활발하게 거래해 왔다.
SVB 위기는 2~3년 전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다. 테크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니콘기업이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까지 더해지자 자금 흐름이 악화됐다.
실적 부진과 높은 금리 이중고를 이겨내지 못한 테크기업들이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 SVB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과 주식 폭락이 연이어 터지며 마지막 희망이었던 2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까지 실패로 돌아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금융권 위기론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줄도산 시그널이 연이어 나왔다"면서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안일한 대처는 상당히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원금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