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이종화 기자] 한·미·일 정상이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 모여 정상회의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캠프데이비드에 해외 정상을 초청한 경우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미중 극한 갈등 국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미일 3국 공조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 셈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초청받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게 유일하다.
내용은 차지하고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최고 정상들의 여름캠프 휴양지와 은밀한 휴식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다. 미국에 캠프 데이비드가 있다면 프랑스엔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의 브레강송 요새, 영국은 버킹엄셔주의 체커스 총리 별장, 중국은 베이다이허가 대표적이다. 세계 외교사의 ‘한 줄’이 될 역사적 사건들이 바로 여기서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메릴랜드주 캐톡틴 산악공원(Catoctin Mountain Park)에 있는 대통령 휴양시설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해발 500m에 이르는 지대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7~8월 최고기온은 27도, 최저기온은 18도 수준이라 여르에도 에어컨이 필요없다. 면적 약 50만㎡(약 15만3000평) 규모로 축구장 70개를 합친 크기다.
수도 워싱턴DC에서 11시 30분 방향으로 약 110㎞, 헬기로는 30분 거리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Gettysburg) 연설장에서는 30㎞ 떨어져 있다. 미국 대통령들의 여름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앞두고 찾는 곳이며 세계 각국의 정상을 초대해 친밀감을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통령 휴양지임에도 미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이라 ‘캠프(camp, 기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별장 관리는 미 해군이, 경비는 미 해병대가 맡는다. 엄격한 신체·심리검사를 통과한 해병대원을 선발해 1년간 근무시킨다. 이곳에서 근무한 해병은 ‘대통령 봉사 배지’를 받는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에서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군사시설에 속해 일반인 출입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지도 검색도 제한된다.
캠프 데이비드의 역사는 1938년 미국 연방정부 직원들이 이용하는 캠프로 시작됐다. 이후 1942년 3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립공원관리청에 워싱턴DC와 가까운 장소에 대통령 휴양지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미 해군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안전을 이유로 포토맥(Potomac) 강변에서 요트를 이용한 휴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기에 대체 휴양지가 필요했던 것.
1942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캐톡틴 산악공원을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별장 이름은 캠프 데이비드가 아닌 ‘샹그릴라(Shangri-La)’였다.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이 쓴 유명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온 티베트 낙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9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샹그릴라를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지정했다. 이후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손자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의 이름을 따 샹그릴라를 ‘캠프 데이비드’라고 불렀다. 데이비드 아이젠하워는 훗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위가 된다.
워싱턴과 가까운 곳으로 휴양지를 택한 이유는 전시에 대비해 수도 근처에 있어야 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자택인 뉴욕 하이드파크와도 가까워야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여름철 무더위와 습도를 견디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루스벨트 대통령은 에어컨 바람도 싫어했기에 의료진은 고도가 높은 인근 지역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했다.
작은 백악관이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일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실과 회의실이 있으며 정보센터까지 갖췄다.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지하 방공호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손님을 위한 ‘게스트 캐빈(cabin, 오두막집)’ 12개가 구불구불한 길로 연결돼 있다.
방문객에게는 골프 카트가 제공된다. 숙소 외에도 볼링장,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농구·당구 등의 스포츠시설까지 있다. 당연히 테니스, 수영, 스노모빌, 낚시, 하이킹, 자전거 타기, 트램펄린도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머무는 ‘애스펀 로지(Aspen Lodge)’는 메릴랜드 시골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부터 역대 미국 대통령 전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22번이나 캠프 데이비드를 찾았다. 194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15명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애스펀 로지를 이용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면 시설을 개조하고 건물을 새로 지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골프장을 새로 만들었고 몇몇 대통령은 취미를 위해 승마장과 낚시터 등을 조성했다.
역대 대통령 중 캠프 데이비드를 가장 많이 찾은 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1989)으로 총 189회 방문했다. 그다음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 대통령(1969~1974 재임) 160회, 아들 부시로 알려진 조지 부시 대통령(2001~2009년) 150회 순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동생 도로시 부시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결혼식까지 했다.
대통령만의 전용공간이다보니 캠프 데이비드는 외국 정상급 인사를 초청하는 장소로도 활용됐다. 캠프 데이비드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 모두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해야 할 때, 특별한 정치적 사안을 논의할 때 특별히 이 별장을 이용한다. 격식과 의전을 중시하는 백악관 회담과는 달리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캐쥬얼하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간다.
캠프 데이비드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현장이다. 캠프 데이비드를 처음 찾은 외국 정상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다. 그는 1943년 5월 이곳에서 열린 첫 번째 회의에 참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노르망디상륙작전 계획도 이때 논의됐다.
1959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 간 회담이 열렸고,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오랜 적대 관계를 끝내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했다. 쿠바 위기 때 케네디 전 대통령, 이라크 전쟁 때 부시 전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공식 별장보다 개인 리조트를 선호하는 정상들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보다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골프장 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기밀 문건을 반출, 보관한 곳으로 알려지며 뜻밖의 유명세를 치렀다.
미국을 넘어 이제 중국, 프랑스, 영국등의 최고지도자의 은밀한 휴양장소를 알아보자.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는 매년 8월 초 공식 석상에서 동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베이다이허 별장이란 곳으로 모인다. 피서 목적이라고 하지만 주요 인사, 정책이 이곳에서 정해진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승계 등이 여기서 결정됐다. 투표도 없고 총칼을 휘두르지도 않는데 정권이 교체되는 배경에 베이다이허 별장이 있다.
위치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져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인도 모디 총리를 후베이성의 옛 마오쩌둥 별장에 초대하자, 곧이어 일본 아베 총리도 야마나시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후 “나카소네 총리 별장에 묵으며 일본 옷 입고 차 대접받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중세 시대 요새로 이용되던 지중해 연안 남부 최대 휴양지 코트다쥐르 지역의 대통령 별장 브레강송 요새에서 정상회담을 자주 연다. 브레강송 요새는 브레강송 곶의 바위 위에 15세기 지어진 성채로, 1968년부터 대통령의 휴양시설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브레강송 요새를 잘 활용한 사람은 바로 마크롱 대통령이다. 2018년에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와 여름휴가 중에 만나 정상회담을 치렀다. 양 정상은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해 논의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레강송 요새를 찾았다. 다만 이때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진행되던 ‘공정선거 요구 집회’를 언급하고,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를 들끓게 한 ‘노란 조끼 시위’로 응수하며 신경전이 오갔다.
잡음도 일어났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이곳에 3만4000유로(약 4800만원)를 들여 수영장을 지었는데, 당시 한 시민이 “수영장이 좋으냐”고 묻자 “바다가 천 배는 더 좋다”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영국 총리들은 중부 버킹엄셔주에 있는 총리 별장 ‘체커스(Chequers)’를 전통적으로 이용해 왔다. 런던 시내에서 64㎞ 떨어진 16세기 건축물이다. 영국 1등급 국가 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영국 체커스 별장 역시 1921년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전 총리가 처음 사용한 이후 각국에서 외빈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블레어 전 총리는 ‘럭셔리’한 휴가를 즐겨 주로 지중해 해안이나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휴가를 보냈다. 골든 브라운 전 총리는 주로 영국 남부 해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지내는 '소박한' 휴가를 즐겼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휴가 관련해 자주 비교되곤 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남편과 조용히 여행하는 등 조촐하게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그녀는 퇴임 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해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여행광으로도 알려졌다. 휴가 단골 코스는 독일 남부 산악 마을과 음악 축제(남부 바이에른주에서 개막한 바그너 페스티벌)이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인 라인홀트 매스너,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 쥐트티롤 지역에 있는 해발 3128m의 산에 오르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의 초청을 받았다. 당시 별장 인근 펍에서 ‘피시 앤드 칩스’를 곁들인 맥주 회동을 해 ‘중국-영국판 장원(庄園) 회동’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장원 회동은 시 주석이 2013년 6월 미국을 처음 방문하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격식을 타파한 채 만난 것을 중국식으로 이르는 말이다.
캐나다 총리의 별장은 퀘벡주 해링턴 호수 인근에 마련돼 있다. 13대 총리인 존 디펜베이커 총리 시절 참모들이 ‘오타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히 낚시할 장소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 발단이 돼 해링턴 호수가 별장 부지로 선정됐다.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의 아버지인 고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시절 텃밭도 조성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휴가철만 되면 항상 긴장했다. 2000년 취임 첫 해,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폭발을 시작으로 휴가철인 8월만 되면 테러와 폭발 등 대형사고가 러시아에서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2003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 남부 사르디니아 섬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라는 제안을 했을 때, 푸틴 총리는 계속 거절을 하다 8월 마지막 주에 그 제안을 수락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임기 시절 주로 소치의 대통령 전용별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 소치는 우리나라 평창을 제치고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곳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리조트 도시 중 하나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파토쿼티디아노, 라누오바사르데냐는 최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여름 별장이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재산 목록 중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산유국 브루나이 국왕이 3억∼5억 유로(약 4440억∼7400억원)에 매물로 나온 고(故)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사르데냐섬 여름 별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지중해를 바라보는 사르데냐섬의 포르토 로톤도에 있는 이 저택은 4500㎡의 부지에 테니스 코트 80개 크기의 정원과 바다 진입로, 원형 극장을 갖추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전 세계 최고의 권력자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볼키아 국왕은 2022년 기준 300억 달러(약 39조3900억원)에 달하는 자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으로 꼽힌다. 롤스로이스 500대, 페라리 452대 등 세계 각국 명품 차만 7000여대 보유하고 있으며, 총가치는 50억 달러(약 6조5600억원)에 이른다.
무라바크 이집트 대통령은 파루크 왕조 시절에 지어진 자신의 별궁이 바로 여름철 집무실이자 휴가지다. 지중해안에 위치한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유럽풍으로 지어진 이 궁에서 무라바크는 여름철의 대부분을 보낸다. 특히 이 도시는 여름만 되면 수백만의 피서인파가 몰려들 만큼 대표적인 휴양지인데다 아랍의 정상들이 방문하는 경우에도 이 궁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세계 최고의 부호 중 하나로 알려진 사우디 왕가의 휴가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2005년 8월에 세상을 떠난 파드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은 2002년 스페인 여름 휴가 당시 대동한 수행원이 3000여 명에 달한다. 이를 위해 비행기는 총 15대 동원됐으며, 객실도 300개가 넘는 호화 호텔을 통째로 빌려 휴가비로만 18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롯데호텔 서울에서 묵었다.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인 이그제큐티브 타워 32층 로열 스위트룸은 460㎡(약 140평) 규모에 하루 숙박료는 3000만원 정도다.
이 호화객실 외에 외교, 의전, 경호 관계자 등을 포함한 방한단 규모가 수백 명에 달해 롯데호텔의 객실 400여개를 2주간 빌렸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롯데호텔 서울을 이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정치인들은 주로 서울 신라호텔을 이용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별장은 충북 청주에 청남대, 경남 거제에 청해대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스케이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낚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금융실명제 같은 굵직한 정책을 발표해 ‘청남대 구상’이란 말이 나왔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정부 때 대통령 별장(청해대)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일반 시민의 출입이나 어로 행위가 전면 통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를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에서 '청해대(靑海臺)'라고 이름을 붙이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저도를 찾아 해변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쓴 글씨가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