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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술에 개인취향을 더한다 '믹솔로지'시대…하이볼·소메리카노·막쿠르트 어디까지 마셔봤니?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영국의 종교시인 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는 “술이 들어가면 지혜는 나가버린다”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 MZ세대는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도 지혜를 발휘한다. 자신의 취향에 꼭맞는 술을 만들어 먹기 때문이다. 개성과 경제성을 더한 요즘 음주문화, 믹솔로지로 대변된다. 

 

믹솔로지(Mixology)는 ‘섞다(Mix)’에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술과 음료·시럽·과일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 또는 그 문화’를 뜻한다. 믹솔로지를 대표하는 주류는 하이볼(highball)이다. 하이볼은 위스키나 브랜디에 소다수나 물을 타고 얼음을 넣은 음료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하이볼의 어원 중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손님 잔에 공이 날아들어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의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가장 좋아하는 주종을 묻는 말에 응답자들은 맥주(34.1%), 소주(30.2%)를 꼽았고, 이어 하이볼이 7.1%로 위스키(4.8%), 와인(4.8%)보다 많은 응답을 받았다. 하이볼 열풍에 맞춰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카페에서도 잇달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하이볼과 함께 효자상품인 얼음컵을 활용해 소비자가 간편하게 믹솔로지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돕고 있다.


대표적으로 씨유(CU)의 생레몬 하이볼은 출시 세달 여 만에 누적 600만개 이상 판매됐고, 주류 내 하이볼 매출 비중을 3.7%에서 11.2%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생레몬 하이볼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에는 기존 빅볼 얼음컵에 진짜 레몬 조각을 더한 상품 ‘빅볼 레몬 얼음 컵’도 출시했다.

 

CU는 “믹솔로지 등의 열풍에 힘입어 빅볼 얼음컵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2022년 43.7%, 2023년 90.0%, 올해(1~6월) 64.6%를 기록하는 등 매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만큼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쌉사름한 커피 맛과 향으로 소주의 독한 향을 희석시킨 ‘소메리카노’, 야쿠르트로 막걸리의 단맛을 업그레이드한 ‘막쿠르트’도 있다. 최근에는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과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전통주 소비도 늘고 있다. 지역특산주 출고량은 2018년 6906㎘에서 2022년 2만2511㎘로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믹솔로지 문화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MZ세대가 독주를 싫어하면서도, 개성을 중시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혼술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취향껏 음료를 제조해 바(BAR) 분위기를 낼 수 있다.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된 것도 믹솔로지 문화의 성장을 부추겼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만드는 법이 간단해 “나도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하는 도전 욕구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생활이 제한되며 혼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주류 트렌드는 ‘프리미엄화’가 되었다. 단순히 친목을 위한 술자리가 아닌 본인의 만족으로, 더욱 취향에 맞는 주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즉, 주류 문화 자체가 변화된 것이 프리미엄 믹솔로지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믹솔로지의 또 다른 장점은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밖에서 마시는 칵테일은 한잔에 최소 만원가량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서 직접 제조해 먹으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고가 위스키보다 중저가 제품 수요가 늘어난 이유를 믹솔로지 문화에서 찾는다.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식인 ‘온더락(On the rock)’이나 상온 상태로 마시는 ‘스트레이트’ 방식보단 하이볼로 마시는 형태가 더 보편화된 영향이다.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기는 온더락은 맛과 품질이 중요하지만, 하이볼에 사용되는 위스키는 어차피 그 맛이 가려지기 때문에 저렴해도 된다. 따라서 MZ는 더 저렴하게 자기만의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이고 맛있다고 해서 많이 마셔서는 안된다. 탄산음료나 과일 농축액을 섞으면 쓴맛이 덜해 평소보다 더 빠르게, 많이 마시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알코올 적정섭취량은 남성 40g(소주 기준 4 잔), 여성 20g(소주 기준 2잔) 이하다.

 

하이볼 한 잔은 이미 하루 권고량 이상을 마신 셈이다. 따라서 과음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천천히 마시되 많이 마셔선 안 되고, 소량으로 자주, 그러나 매일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또 술을 마실 때는 고단백, 저지방 위주의 안주를 섭취하고, 평소 탄산 보다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낮은 도수의 믹솔로지를 택했다면, 양과 빈도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현명하게 또 건강하게 술을 즐길 줄 안다면, 믹솔로지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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