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친밀하게 접하는 궁금증, 호기심, 소소한 얘기소재인 재미있는 용어, 유래와 속설 등에 대해 정리하는 코너다.
국어사전에서 '시치미 떼다'의 의미를 찾아보자.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면서 모르는 체하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치미를 찾아보면 첫째는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이다. 둘째 뜻은 자기가 하고도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태도를 말한다.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매사냥에서 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매의 꽁지나 발목에 걸어두는 매 주인의 이름표·주소패를 의미한다. 지금도 매사냥을 하는 곳에서는 매 발목에 시치미를 달아둔다. 최근에는 전화번호까지 써 놓는다. 사냥을 잘 하는 매는 길들이기도 어렵거니와 자주 달아나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매의 임자를 밝히기 위해 '시치미'를 매달았다.
가끔 사냥나갔던 매가 주인을 못 찾고 다른 집에 날아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시치미를 떼버리고, 자신의 시치미를 붙이는 행위를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잘 길들여진 매는 워낙 귀하고 값이 비싸, 매가 손에 들어오면 자기 것으로 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속담화되어 '시치미를 뗀다'는 표현이 생겼다. 즉 자신이 했으면서도 안 한 척 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시치미는 매의 등 아랫녁 꼬리난 부위, 혹은 매의 발목에 다는 주인 이름표 겸 멀리서 매를 쉽게 찾아내기 위한 표시물이다. 주인 이름을 쇠뿔조각 위에 새기고 여기에 흰 거위털과 방울을 달아 놓았다.
방울을 단 이유는 멀리 날아가 덤불 속에서 꿩을 잡은 매가 오래 많이 뜯어 먹으면 안되므로, 매발톱 아래서 꿩이 퍼덕일 때마다 방울소리나 덥석이는 흰 거위털을 보고 쉽게 찾아내기 위함이다.
우리 조상들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취미인 매사냥과 관련해 생긴 우리말들이 많다.
우선 '매섭다'라는 단어는 ‘매의 눈빛처럼 날카롭다’에서 온 말이다. 쌀쌀맞다라는 의미의 '매몰차다' 역시 매의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에서 유래한 말이다.
‘매만지다’는 매의 깃털이 매우 부드러워 매를 길들일 때 자주 보드랍게 털을 쓰다듬는 행위에서 유래한 말이다. 매는 날카롭고 차갑지만, 매의 깃털은 매우 부드러워 '매끄럽다'란 우리말도 생겨났다.
'매달다’, '매달리다‘도 매사냥에 어원을 두고 있다. 매는 야생성이 강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보통 매를 길들일 때 줄을 발에 묶는다. 이를 '매달다'라고 한다. 또 이때 매가 줄에 묶여 퍼덕이는 모습에서 '매달리다'란 말이 유래됐다.
매란 단어는 안들어가지만 매와 관련된 우리말도 있다. 매가 먹잇감을 놓치면 맞바람을 안고 비행하는데서 비롯된 '바람맞다', 고집이 센 매의 성질을 비유한 '옹고집(응(鷹)고집)', 몸이 단단하고 부실함이 없이 꽉 찼다는 의미의 ‘옹골지다(응(鷹)골지다)’ 등도 매사냥에서 왔다.
시치미의 셋째 뜻은 일본의 배합 향신료다. 일곱 가지 맛과 향이 난다고 해서 시치미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七味唐辛子(しちみとうがらし, 시치미 도가라시)이며, 唐辛子(とうがらし, 도가라시)는 일본어로 고추를 뜻한다.
보통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하여 진피, 흑임자/참깨, 파래/김, 산초/후추, 차조기, 생강, 소금을 넣어 만든다. 경우에 따라 양귀비 씨나 햄프씨드(대마씨)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각 성분을 완전히 없앤 것만 까다롭게 검사해서 판매하므로 안심해도 된다.
보통 우동이나 돈부리(특히 규동과 오야코동) 등 맛이 옅은 음식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에 강한 향과 매콤한 맛을 더하고 싶을 경우 사용한다. 일식집에서 비치된 뚜껑이 빨간색인 작은 통에 들어간 깨 섞인 고춧가루처럼 생긴 것이 바로 시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