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처음으로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신 전무가 롯데지주 보통주식 7541주를 매수했다고 5일 공시했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의 지분 0.01%를 갖게 됐다. 비용은 약 1억9504만원이다. 신 전무가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신 회장의 특수관계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38세인 신 전무는 생일(3월 30일)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병역 의무가 종료됐다. 현행 병역법은 국제법에 따라 국적회복 허가를 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38세부터 병역을 면제한다. 현재 일본 국적자이면서 올해 38세가 된 신 전무(1986년생)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롯데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던 신 전무가 병역문제가 해결되자, 지분 확보와 함께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무가 롯데지주 임원으로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책임 경영을 위해 일정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했다.
신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이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 롯데파이낸셜 대표 등을 거쳤다. 신 전무는 2023년 말 글로벌·신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처음으로 등기 임원이 됐다.
그동안 신 전무는 롯데지주 집행위원회의 상근 임원으로 합류해 회사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신 전무는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재벌 '3세' 경영인들에 비해 지분 보유 시점이 늦어졌다는 점도 그 이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의 경우,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돼 신규 상장한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37회에 걸쳐 한화갤러리아 주식 449만9860주(2.29%)를 사들였다.
지분매입과 함께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신사업을 주도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한다. 6월 4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롯데지주는 1200억원(지분 80%)을 출자하며 힘을 실어 주었다. 일본 롯데의 롯데홀딩스 역시 300억원(20%)을 지원했다. 앞서 2022년 10월과 지난해 3월에도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약 4026억원을 수혈한 바 있다.
신 전무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주식매수와 바이오분야 신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중간지주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해 '뉴롯데' 비전을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 회장 등 총수 일가→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이때 신주배정이나 유상증자 참여로 신 전무가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계열사 지분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호텔롯데 주식은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일본 계열 회사가 99.28%를 들고 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아버지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13.02%로 최대주주)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속 및 증여세율이 50%에 달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할증이 붙으면 6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