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AtoZ] 우주로 간 동물?···개·고양이·침팬지·거북·거미·귀뚜라미·달팽이·물곰·오징어

  • 등록 2024.04.24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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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1월 3일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떠돌이 개 '라이카'. 처음 우주로 나간 포유동물이다. [위키미디어]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우주로 간 최초의 동물은 무엇일까? 영화 혹성탈출때문에 원숭이(유인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개(강아지)다. 

 

아마 몇년 혹은 몇십년내로 우주여행이 일상화되면 인간들도 자유롭게 우주를 갈 수있겠지만, 현재까지 우주에 간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보다 먼저 우주에 간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울 따름이다. 백신, 신약, 화장품등 인간 사회의 다양한 기술발전에는 동물들이 많이 동원되는데, 사람에게 바로 테스트를 하지 못하니, 동물이 강제로 동원되는 것이다. 이런 동물들의 희생이 있기에 사람들의 삶의 질과 생명연장이 이뤄진 것이다.

 

미지의 위험한 우주공간에 인간을 바로 보내기 보다 초파리부터 원숭이, 침팬지, 개가 동원되어 우주로 나간 것이다. 미국과 구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우주를 놓고 자신들의 체제가 더 우수하다는 경쟁을 벌였다. 누가 먼저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지가 관건이었고, 우주로 간 포유동물인 ‘라이카(Laika)’가 탄생하게 된다.  

 

​라이카(West Siberian Laika)라는 말은 러시아에서 기르는 사냥개를 두루두루 칭하는 말로, 특정 견종을 뜻한다기보다 사냥할 때 옆에서 돕는 개들을 러시아에서 부르던 명칭이었다.

 

​라이카 개는 소련(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떠돌던 평범한 개였다. 마침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실어 보낼 개가 필요했는데, 당시 실험에 참여하던 과학자의 눈에 라이카가 들어왔고 그렇게 바로 훈련을 시작한 것. 이때 과학자들이 붙여 준 이름은 '쿠드랴프카'였다.

 

​라이카는 수개월 동안 장시간동안 꼼짝하지 않기, 우주복 착용, 모의 로켓 발사 훈련, 원심력 적응 훈련, 좁은 공간에서의 적응, 우주식 섭취 등의 훈련을 받은 뒤, 여러 마리의 개 사이에서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그 이유는 똑똑하고, 침착했기 때문.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씨도 혹독하고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치고, 수많은 실험과 훈련 끝에 우주인으로 선발됐듯 개들도 선발과정을 거친 것이다. 

 

결국 라이카 개는 1957년 11월 3일, 소련의 우주선이었던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애초에 그 당시의 기술이 왕복이 아닌 편도 발사였으니, 일단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은 결국 우주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였다. 연구원들은 우주선 발사 1주일 후에 자동으로 급여되는 밥에 뭔가를 타서 라이카를 안락사를 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사 7시간 만에 스트레스성 쇼크와 산소 부족으로 라이카는 예정보다 일찍 생을 마감했다. 로켓을 발사할 때 생기는 엄청난 열과, 시끄러운 소리, 진동 등은 개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공포였을테니, 아무리 지상에서 훈련을 받은 개일지라도 버티지 쉽지 않았을 것이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로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라이카의 희생 덕분이었다. 

 

심지어 소련은 이 사실을 숨기고 예정대로 안락사되었다고 발표했고, 거의 반세기가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우주대회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라이카는 현재 미국 뉴욕의 '하츠데일 동물묘지'에 묻혀 있다. 묘비명에는 "잘 짖는다라는 뜻을 지닌 라이카는 소련의 우주선에 탑승했으며, 우주로 나간 최초의 동물이자 우주에서 숨을 거둔 최초의 동물이었다"로 적혀있다.

 

2007년 출간된 ‘우주의 동물들(Animals in Space)’이란 책에 따르면 1951~1966년 소련은 개를 실은 로켓을 71회 발사했는데, 그중 17마리가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주경계선을 고도 100km로 수정하면서 '우주로 나간 최초의 동물'이라는 타이틀은 그보다 앞서 1949년 미국에서 보낸 앨버트2세라는 히말라야 원숭이가 가져가게 된다. 미국은 V2 로켓을 이용해 히말라야 원숭이를 134km 고도까지 보냈지만, 내려올 때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서 죽었다.

 

동물의 범위를 곤충까지 확대한다면 또 최초의 동물은 달라진다. 

 

위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까지 인류가 처음 보낸 동물은 다름 아닌 초파리였다. 1947년 수직으로 발사된 V2 로켓은 초파리의 일종인 ‘노랑초파리(Fruit fly)’와 옥수수 씨앗을 싣고 109km 고도까지 도달했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당시 실험 목적은 우주방사선 피폭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지상에 내려온 초파리를 확인했더니 살아 있었고, 우려했던 것처럼 돌연변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우주실험엔 주로 원숭이를 마취된 상태로 보냈고, 비행 도중이나 착륙 직후에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1959년이 돼서야 에이블(Able)과 미스 베이커(Baker Miss)라는 다람쥐원숭이가 최대 38g의 가속도를 견디고 우주비행에서 살아남았다.

 

1961년 1월 우주를 다녀온 침팬지 '햄'. 발사 직전 훈련을 받던 모습이다. 햄은 1963년 NASA에서 은퇴하고 20년 동안 동물원에서 여생을 보냈다. [NASA]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침팬지 햄(Ham)은 우주로 나간 최초의 사람과(Hominidae) 영장류였다. 사람과에 속하는 영장류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중에서 가장 사람과 비슷한 침팬지인 햄은 미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기록된 앨런 셰퍼드에 앞서 머큐리-레드스톤 로켓에 탑승했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머큐리-아틀라스 로켓을 타고 갔던 침팬지 이노스(Enos)는 소련의 유리 가가린, 게르만 티토프에 이어서 세 번째 위성 궤도 비행을 성공한 사람과(Hominidae) 생명체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혹성 탈출' 시리즈의 2001년 작품에는 미래 지구를 지배한 침팬지 문명이 과거 인류가 우주로 보냈던 침팬지에서 비롯됐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햄은 1963년 NASA에서 은퇴, 여생을 동물원에서 보내다가 1983년 26세에 세상을 떠났다.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도 우주탐사에 참여했다. 프랑스는 1963년 10월 18일 ‘펠리세트(Félicette)’란 고양이를 베로니크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고양이는 고도 154㎞까지 올라가 우주를 체험했다.

 

펠리세트도 라이카처럼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돌던 파리의 길고양이였다. 프랑스 항공의학교육연구센터(CERMA)는 길고양이 14마리를 잡아 우주 훈련을 시켰다. 고양이에게 동정심을 가질수 있으니 아예 이름도 짓지 않고, 암호명인 C341로만 불렸다. 나중에 고양이가 지구로 귀환하자 프랑스 언론은 흑백 무성 영화에 나온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고양이 ‘펠릭스(Felix)’의 이름을 암컷에 맞춰 펠리세트로 불렀다.

 

라이카와 달리 펠리세트는 살아서 지구로 돌아왔지만 두달뒤 지구에서 안락사 부검당한다. 우주 환경이 근골격이나 신진대사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려고 실험에 사용된 것이다.

 

이외에도 인류가 처음 달 궤도까지 보낸 동물은 거북이다. 1968년에 발사된 소련의 존드 5호는 러시아 거북 두 마리를 싣고 달 뒷면을 돌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사람이 탑승한 아폴로 8호가 달 선회를 한 것은 몇 달 뒤였다.

 

거미, 귀뚜라미, 달팽이도 우주를 경험한다. 우주의 미세중력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973년 미국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으로 보낸 유럽정원거미 '아라벨라'. 우주에서도 거미줄을 쳤지만 지구처럼 모양이 균일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귓속 내이(內耳)의 변화는 귀뚜라미의 균형 기관으로 알아보고, 운동신경 변화는 신경세포가 매우 큰 달팽이로 대신 실험했다.

 

최근 우주 실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동물은 물곰이다. 이스라엘이 달에 물곰을 보낸 데 이어, 우리나라도 2021년 물곰을 우주로 보냈다. 당시 연세대와 조선대 연합팀이 만든 초소형 큐브위성 KMSL이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그 안에 물곰 100마리도 들어있었다.

 

오징도도 우주를 다녀왔다. 2021년 6월 3일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무인 화물선 드래건(Dragon)을 발사했는데, 화물 중에 짧은꼬리오징어가 있었다. 오징어는 우주에서 장내 세균의 건강을 실험하기 위해 선택됐다. 장기간 우주여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우리 몸의 또 다른 주인인 장내 세균의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은주 기자 newsspac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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