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총수는 1만3000여대가 넘는다. 지구 주변에는 약 8300대의 인공위성이 지금도 궤도를 돌고 있다. (유엔우주사무국, UNOOSA, 2022년 기준). 지구를 도는 위성 8300여대 중 통신위성은 약 3100대, 관측위성은 1000대, 항법위성은 150대, 과학위성은 130대 정도다.
2024년 5월 19일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이 2년 만에 발사한 유인 우주선이 우주 비행을 한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우주선 탑승객 6명은 약 10분간의 우주 비행을 마친 뒤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이번 비행에서 탑승객들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넘어 105.7㎞ 상공까지 닿았다. 블루 오리진이 우주 비행 사업을 재개한 건 2022년 로켓 폭발사고 이후 2년 만이다. 이날 비행 성공으로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37명으로 늘었다.
여기서 궁금증. 우주여행이라면 도대체 어디까지, 얼마만큼의 높이까지 가야 우주를 경험했다고 말할까. 보통 항공기는 3만3000피트인 10km 상공을 비행한다. 고도 12km까지 대기권, 50km까지 성층권, 80km까지 중간권이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바로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을 뜻하는 고도 100km의 카르마 라인이다. 쉽게 말해 이 선을 넘어야 우주에 간 것으로 인정하는 글로벌한 약속인 셈.
하지만 카르마 라인은 유럽과 미국의 기준이 다르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FAI)에서 인정하는 카르마 라인은 고도 100km,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고도 80km(50마일)를 카르마 라인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국제항공연맹이 정한 100km는 대기농도가 감소하여 항공기 공기 부양이 불가능한 정도의 높이다. NASA의 기준으로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가는 거리(80km) 정도만 하늘 위로 올라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를 다녀왔지만,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우주를 다녀온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2022년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에 다녀오기 열흘 전에 이미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우주 관광선 스페이스쉽2를 타고 첫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NASA 기준으로 따지면 리처드 브랜슨도, 제프 베이조스도 우주에 다녀온 것이 맞다.
하지만 카르마 라인을 유럽기준으로 적용하면 달라진다. 제프 베이조스는 고도 106km까지 다녀왔지만, 반면, 리처드 브랜슨은 고도 85km 밖에 다녀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점은 제프 베이조스는 미국인,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인이라는 점이다. 만약 리처드 브랜슨이 미국인이었다면, 우주에 다녀왔다는 쪽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본인이 창업한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에서 만든 '뉴 셰퍼드(New Shepard)’를 타고 7월 20일 텍사스 사막에서 이륙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발을 디딘지 52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전문 조종사 없이 본인과 동생인 마크 베이조스, 82세 여성 월리 펑크와 18세의 네덜란드 물리학도 올리버 대먼 등 총 4명이 우주를 다녀왔다.
베이조스를 비롯한 탑승객 4명은 성층권에서 안전벨트를 풀고 약 3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그 뒤에 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고, 로켓도 서부 텍사스 사막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비행시간 총 11분. 베이조스는 이 비행에서 돌아온 뒤 “믿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좋다. 최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베이조스보다 며칠 앞서 또 다른 억만장자가 우주 여행을 했다. 리처드 브랜슨이 7월 11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의 우주선 '유니티(VSS Unity)'를 타고 지구에서부터 85km에 이르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귀환한 것이다. 유니티에는 브랜슨을 포함해 총 6명이 탑승했다.
버진항공 창립자인 영국 사업가 브랜슨은 모험가이자 자선가로 유명하다. 2004년 버진갤럭틱을 창립한 이래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기 위해 앞장서 왔다. 브랜슨 이전에 세계에서 우주 비행을 한 것으로 기록된 사람은 580명인데 대부분 각국 항공우주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었고 민간인은 10명 뿐이었다. 그중 7명은 러시아 소유스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찾아간 '관광객'이었다.
현재 기술에서 일반인들이 큰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는 우주의 영역은 카르마 라인이다. 이곳을 넘어서 지구중력에 끌려 떨어지지 않고 관성 공전을 할 수 있는 궤도까지 올라가려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를 탈출해야 한다. 이 경우 로켓의 탑승자는 지구 중력의 7배(7G)의 힘을 받는다. 고도로 훈련된 비행사가 아니면 버텨내기가 힘든 강도이다. 그래서 카르마 라인을 넘는 우주선은 훨씬 더 고도의 기술력과 훈현된 우주비행사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간신히 올라갈 수 있는 80km는 지구 대기권에서는 열권(Thermosphere)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지표로부터 약 12km까지는 대류권(Troposphere), 그 위 12km~50km는 성층권(Stratosphere)이다. 성층권에는 오존층이 분포하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
50~80km 구간은 중간권(Mesopause)이다. 중간권은 대기의 화학적 조성이 완전히 변하고 대전 입자가 풍부해지는 권역이다. 온도가 영하 80도 이하로 떨어지는 대기 중 가장 차가운 부분이다. 지구로 떨어지는 유성은 대부분 이 권역에서 타버린다.
우주의 경계인 80km를 넘어서 700km까지는 열권(Thermosphere)이다. 여기에는 저궤도 위성과 우주 정거장이 분포한다. 태양에서 오는 전자와 양성자가 질소나 산소분자와 충돌하면서 방전을 일으키는 오로라가 이 권역에서 일어난다.
700km를 넘어서 1만km까지는 외기권(Exophere)으로 부른다. 수소와 헬륨의 대기가 극히 희박하게 존재하는 구간이다. 이 권역을 넘어서면 비로소 막막한 허공,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1995년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해서 201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스위스 천체물리학자 미셸 마요르는 인터뷰에서 ‘인류가 외계행성으로 이주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겠다. 외계행성은 너무 멀다. 하지만 이 행성은 아주 아름답고, 아직은 살 만하다. 우리 행성부터 보존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