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국내 30대 그룹의 재무건전성이 1년 새 크게 악화됐다. 작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7.6% 상승한 반면 유동비율은 6.4% 하락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늘린 것이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부채총액은 3704조9673억원으로 1년 전(2023년 상반기) 3293조1889억원 대비 411조7783억원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부채비율도 171.7%에서 179.3%로 7.6%포인트 늘었다.
이번 조사는 30대 그룹 계열사 중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301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부채, 자본, 유동자산,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잉여현금흐름을 분석한 것이다.
부채비율 증가 속에서 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유동비율도 악화됐다. 30대 그룹의 유동자산은 작년 1341조1302억원에서 올해 1416조7294억원으로 75조5992억원 증가했지만,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02조3900억원(955조6979억원→1058조879억원)으로 더 크게 늘었다. 유동비율은 140.3%에서 6.4%포인트 하락한 133.9%로 악화되면서 유동비율이 200% 미만인 30대 그룹 중 21개나 되었다.
재무건전성은 나빠졌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 실적악화로 30대 그룹은 영업활동 현금흐름(84조5708억원)에서 투자활동 현금흐름(84조9948억원)을 뺀 잉여현금흐름이 -4239억원이었다. 즉 벌어들인 돈과 비슷한 규모로 돈을 지출하며 소극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이에 비해 올 상반기엔 실적 개선으로 인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9조142억원 증가한 113조585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68조9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의 경우 –55조3595억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그만큼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사를 제외하고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LS다. 작년 상반기 25조4141억원에서 1년 새 19조5687억원이 늘어나 44조982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94.6%에서 280.8%로 86.2%포인트 상승했다. LS그룹 계열사 중 LS네트웍스 부채비율이 130.2%에서 939.7%로 급등했으며, E1도 171.1%에서 529.8%로 증가하면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는 한화그룹으로 부채총액이 222조4423억원에서 254조4673억원으로 32조250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355.1%에서 403.4%로 48.3%포인트 상승했다.
다음은 HDC그룹으로 작년 상반기 11조1163억원의 부채가 올 상반기엔 13조897억원으로 약 2조원 증가, 부채비율도 129.5%에서 146.6%로 17.2%포인트 높아졌다.
카카오그룹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70.7%였으나 1년 새 15.8%포인트 상승한 86.5%를 기록하며 네 번째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부채액은 약 1조원 증가했다.
또 에쓰오일(S-OIL)은 부채비율이 129.9%에서 143.5%로 13.6%포인트 높아졌고, KT는 110.5%에서 122.9%로 12.3%포인트 증가하며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부채비율이 감소한 그룹도 있다. 가장 크게 낮춘 곳은 셀트리온이다. 부채총액만 놓고 보면 지난해 상반기 2조4651억원에서 올 상반기 3조7059억원으로 1조2408억원 늘었으나, 자본총액(5조2986억원→17조9618억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46.5%에서 20.6%로 25.9%포인트 감소했다.
이어 HD현대 부채비율이 186.8%에서 178.9%로 7.9%포인트 하락했고, 두산그룹은 132.6%에서 125.5%로 7.1%포인트 낮아졌다.
30대 그룹의 유동성은 더욱 취약해졌다. 21개 그룹에서 유동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을 의미하는데, 클수록 재무유동성이 좋은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 200% 이상이면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30대 그룹 중 올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 200% 이상은 삼성, 영풍, HMM, 농협(비금융계열사에 한함) 등이고, 나머지 26개 그룹은 200% 미만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신세계로, 지난 상반기 대비 올해 4.8%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73.0%에 머물렀다.
두 번째 낮은 그룹은 롯데(83.8%)로, 작년 상반기 94.6%에 비해 10.8%포인트 감소했다. 이어 CJ그룹 85.3%, 하림그룹 86.8%, 한진그룹 89.3%, 한화그룹 91.7%, 에쓰오일 97.1% 순으로 100% 미만 수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