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정편에 따르면 공자는 나이 마흔에 불혹, 쉰에 지천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인생 중년에 학문과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것이지요.
공자 같은 혜안이 제게도 있으면 좋겠지만 중년 직장인 아재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숨가쁘게 변하는 사회는 미혹되는 것 투성이고, 하늘의 뜻은 커녕 함께 일하는 MZ 세대 팀원의 한 길 마음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체력은 왜 이렇게 저질이 됐는지… 과거엔 치고받고 부딪히며 익히던 게 이제는 그저 피곤하기만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TV에서 나오는 소음을 자장가 삼아 꾸벅꾸벅… 그러다 쿨쿨 잠들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집이란 공간은 아재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마음 당기는 날에 오랫동안 꽂아 뒀던 책을 꺼내 읽고, 우울한 때는 학창시절 웃음을 줬던 만화책을 보며 키득거립니다. 옛 생각에 턴테이블 위로 LP를 올려 들으며 추억에 잠기는가 하면, 새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란 소식에 IPTV를 시청하기도 하지요. 또 드립커피를 내려 아내와 마시며 책과 노래, 영상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해졌다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에게 방구석은 작고 폐쇄적인 듯하지만, 실제는 다양한 문화와 만날 수 있는 곳인 데다 공자의 깨우침에 슬며시 다가서는 공간입니다. 거기서 만난 대상들에 관한 느낌을 뉴스스페이스 속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와 보겠습니다.
다이어리나 노트북, SNS 어딘가 끄적거려왔던 아재 생각… 어쩌면 그저 꼰대의 현실 도피와 추억 팔이 뿐일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누군가에겐 비슷한 주파수로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필자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