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비자] 반포·압구정·대치가 상습침수였다고? '강남' 상전벽해된 자연환경적 이유

  • 등록 2024.08.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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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스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특별공급 4만명, 1순위 청약에서 약 9만4000명 등 총 13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당첨시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이른바 '로또 아파트'라 불린다.

 

부동산시장에서 반포동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남권, 한강변, 신축이라는 주택시장 트렌드 세 요소를 모두 갖춘 단지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1~6월 외지인 아파트 매입건수를 보면 반포동이 속한 서초구는 총 1583건의 외지인이 매수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포의 대장주라 불리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타입은 50억원에 실거래됐고, 인근의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역시 4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단지 모두 강남권, 10년 이내의 신축 특히 한강조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강남권에서도 최고가를 연일 갱신하는 반포, 압구정, 대치, 서초(강남역) 지역은 옛날에는 상습침수구역이었다. 반포동의 반이 절반을 의미하는 한자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반포(盤浦)의 반은 쟁반 반(盤)이다. 이름에서 유추가능하듯 쟁반에 물을 부으면 바로 넘치듯, 반포는 조선시대는 물론 1960~70년대까지 지대가 낮아 여름홍수때면 잠기는 상습침수구역이었다.

 

반포 뿐만 아니라 압구정, 잠원, 강남역은 인근 언덕에 위치한 논현동보다 지대가 낮고, 평지이며 한강 인근에 위치하다보니 물이 흘러 내려가는 길목으로 비만 오면 잠겼다. 

 

강남에서도 집값을 견인하는 반포와 강남역 주변이 옛날에는 논밭 평야라 상습 침수구역이었지만 치수관개 기술의 발달과 서울시의 상하수도 및 침수홍수방지 대책이 활발해지면서 상습침수에서 상전벽해로 변했다. 당시엔 한강변이면서 평지라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된 것이다.

 

 

옛날에는 장마 같은 물난리의 피해가 매우 커 전통적으로 언덕에 모여 살았다. 당연히 물난리는 지대가 낮거나 한강에 인접한 곳에서 이뤄졌다. 언덕이나 강북등의 지도를 보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을 빼놓고 개발을 하다 보니 땅의 모양이 비뚤비뚤해졌고 언덕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강남지역은 논밭이거나 빈민촌이다 보니 반듯하게 땅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 압구정, 반포, 잠실, 이촌, 대치 이런 곳의 평지 땅이 예쁘게 개발된 것이다.

 

평지와 언덕의 가치는 동네이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암동, 돈암동, 종암동은 바위(巖), 논현동, 아현동, 갈현동은 고개(峴), 반포, 마포, 제물포, 김포는 나루터(浦)가 있던 곳이다. 지금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평지는 언덕에 비해 사고가 적고 안전하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언덕이나 고개의 경우 여름의 홍수와 폭염, 겨울의 눈 등의 자연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불시에 닥칠수 있다. 즉 평야, 평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고의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염제(炎帝)라 불리는 폭염과 동장군(冬將軍)이라 불리는 겨울 추위, 여름 홍수, 겨울 눈빙판길 등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언덕길과 평지의 '삶의 질'이 다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또한 CCTV, 파출소, 경찰서도 강북에 비해 대체로 강남에 많다보니 범죄의 가능성도 낮아진다. 기타 여러 요인을 떠나 평지라는 자연환경적 측면만으로도 강남이 더 비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습침수구역의 대명사격이었던 반포가 상전벽해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1973년. 한강변 매립지에 미국 차관을 보태 '반포 주공아파트' 건설이 이뤄지면서 '아파트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 강북에 이촌시범아파트, 강중(여의도)에 여의도시범아파트와 함께 영동개발의 탄력을 받아 반포에 반포주공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중상층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배추밭이었던 거대평지에 1976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한다. 서울 구도심 여러곳에 분산됐던 터미널을 당시 기준 도시외곽이었던 반포지구로 옮겨 온 것이다. 서울시의 부도심 육성정책에 따라 반포동이 강남의 부도심지로 지정되면서 농지였던 곳이 강남의 랜드마크로 변신한 것.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신반포라고 하는 터미널 주변에 한신·우성·경남아파트와 같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들어섰다.

 

 

그러다 반포가 완전히 서울의 신흥부촌, 최고의 입지로 확고히 자리잡은 계기는 반포주공2,3단지의 재건축으로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로 대변되는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2009년 입주하면서 '반포 르네상스' 시대를 맞는다.

 

이후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원베일리, 반포원펜타스가 잇따라 입주하면 더욱 확고한 우리나라 대장주로 우뚝섰다.

 

잠실 역시 원래는 두 강 사이의 섬이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물에 잠겨, 일부만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곳이다. 이후 아래쪽 강을 메우면서 사람이 살 수 있게 땅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남은 흔적이 석촌호수다.

대치동 역시 상습수해지역이었다.  인근에 탄천과 양재천이 있다보니 살기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옛날엔 대치동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광주군 대치동이었다. 원래는 큰 고개 밑에 있는 마을이었어서 '한티' 또는 '한터' 라고 불렀다. 한티 라고 부르던 것을 한 대신 큰대자를 쓰고, 티 라는 말 대힌 고개 치(峙)자를 써서, 오늘날의 대치동이 됐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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