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비자] 비만약·로또·헬스장의 역설…"강남사람은 로또를 사지않는다"

  • 등록 2024.09.10 08: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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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노보노디스크(위고비(Wegovy)·오젬픽(Ozempic)효과로 인해 한국에서도 특히 강남부자들 사이에서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의 '다이어트 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적으로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다. 증시 분석 업체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2023년 9월 노보노디스크의 시총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약 4060억 달러보다 더 많을 정도로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빠르면 10월 국내에서 '위고비'가 한국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비만족(?)들이 오픈런에 나설 기세다. 심지어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마운자로’도 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며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이어트약으로 알고 있었던 위고비·오젬픽이 인체 노화를 늦추고 사망률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자,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출시만 되면 바로 구입해야 할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할란 크럼홀츠 미국 예일의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세포의 생물학적 시계를 늦추고, 사람의 신체적 나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약물들이 이제 단순한 체중 감량 보조제가 아니라, 다목적 약물이자 '건강 증진제'로 간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초구 반포동 국내 최고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비만은 아니지만 다이어트와 체중감소를 위해 복용해 볼 의향이 있다"면서 "이미 동네병원과 주변 친한 의사들에게 처방관련 예약까지 해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의 대표주자인 한미약품도 '한국형 비만약' 개발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온 ‘신개념 비만치료제’가 다가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ObesityWeek)에서 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결과가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LG화학도 먹는 희귀비만증 치료제 ‘LB54640’를 개발하고 지난달 임상 2상을 시작했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이미 10억명을 넘어섰고, 2035년 19억14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4년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했을 정도다. 

 

비만 치료제 시장도 급성장중이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 예상치를 540억달러에서 770억달러로 43% 늘렸을 정도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삭센다(노보노디스크)' '위고비(노보노디스크)' '마운자로(일라이릴리)'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역설적이지만 비만율이 가장 낮은 부유층 거주 지역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 2.3%가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치료제가 워낙 고가인데가 인기가 치솟으면서 정작 혜택을 받아야할 초고도비만이 많은 빈민층들은 오히려 처방받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국내에서도 삭센다를 처방 받을 경우 한 달에 약 50만원이 드는데, 현재 위고비의 미국 내 접종 가격은 월 4회 기준 약 1300달러(약 170만원)다. 비싼 가격에도 위고비는 뛰어난 효과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품귀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부터 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에서 기존 공장을 증설하고 신규 설비를 짓는 등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위고비가 출시된 국가는 미국, 덴마크, 영국, 독일 등 8개국에 불과하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기 위해 우유를 배달시켜 먹기보다는, 우유를 배달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다. 

 

동네 헬스장에 가면 날씬하고 몸매 좋은 사람들이 더 운동을 많이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작 몸이 안좋은 사람들은 헬스장 가기를 꺼려하고, 헬스장에 안와도 될 사람들은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헬스장을 자주 찾는 '역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다이어트약을 안먹어도 될 경증비만의 자금여력 있는 부자들이 이 약을 더 많이 찾게되면서, 정작 이 약을 복용해야 할 고도 비만 환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약을 복용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같은 역설은 로또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남 최고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로또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집 가까이에 1등을 10번이상 배출한 복권명당까지 있지만, 정작 그는 로또를 사지않는다. 복권구매 대신 구입할 로또번호를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일주일간 행복회로를 가동시킨다. 

 

로또를 산 것같은 살 것같은 액션만 취한 것이다. 그러면서 로또를 구입도 안했으면서 추첨일에 낙첨을 확인하고, 돈벌었다며 좋아한다. 어차피 1등 당첨이 안될 걸 알기 때문이다.
 

 

로또는 매주 1000억원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로또복권은 직접 선택한 번호가 당첨확률이 높다는 ‘통제의 환상’이 중독성의 요인으로 더욱 작용한다.

 

반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영국에서는 일반인이 매주 2회씩 빠지지 않고 복권을 구매할 경우 1등에 당첨되기까지 무려 800년 동안 ‘꽝’을 겪어야 한다는 연구가 나온적도 있다. 

 

과거 로또 당첨번호 분석, 여러장 구입, 자주 나온 숫자분석 등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인다는 명목의 다양한 시도들 역시 실제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로또는 순전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떠한 전략도 절대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통상 로또같은 복권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많이 팔린다. 로또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우리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며, 로또판매점의 구매 줄이 길수록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체감 지표다.

 

한 복권전문가는 "로또 번호는 맞춘다는 것은 수학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로또 1등을 배출한 곳이 또 1등이 나오는 이유도 확률적으로  많이 사니까 많이 당첨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로또의 원래 도입취지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자"였지만, 정작 현실은 그 반대다. 부자보다는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복권에는 가난한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역진세’라는 역설의 꼬리표가 붙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고통 없는 조세’라고 했다. 복권은 ‘자발적 성격의 준조세’다.

 

어떤 복권이든 당첨금이 판매금의 50%를 절대 넘지 않는다. 강남부자들은 절대 로또(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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