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전투기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가 한판 붙었다.
미국 IT전문매체 더 버지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고등계획연구국(DARPA)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AI로 조종되는 전투기가 인간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와 '도그파이트'를 벌였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도그파이트는 전투기 사이에 근거리 공중 전투를 부르는 용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생겨난 말로 두 마리의 개가 서로의 꼬리를 쫓듯이 전투기들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격추전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이 도그 파이트로 적군의 신형 전투기를 꺾는 것으로 묘사되듯이 실제로 도그파이트는 조종사의 숙련도가 중요한 전투훈련으로 전투기 조종사의 실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전까지 기계학습(머신러닝)한 AI 조종은 위험성이 높고 인간의 독립적인 통제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실제 자율비행 항공기에 적용되지 않았다. 기계 학습은 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간으로 따지면 다년간의 연습으로 체화한 기술과 같다. 하지만 이번 도그파이트 성공으로 AI조종사의 현실화가 큰 진전을 한 것이다.
이번 첫 실제 도그파이트에서 AI는 X-62A를, 인간 조종사는 F-16 전투기를 각각 몰았다. X-62 비스타는 F-16D에서 파생된 연습용 항공기다. 시뮬레이션 비행을 통해 도그파이트를 수행한 AI 조종사를 여기에 심었다.
AI가 조종한 전투기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인간 조종사 두 명이 탑승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를 감독한 미 국방부 소속 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어떤 시점에서도 인간 조종사들이 안전 스위치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AI가 조종하는 F-16 개조 전투기(X-62A)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F-16이 최대 시속 1931㎞로 상대방 주변을 비행했다. AI F-16이 방어 및 공격 기동을 하며 유인 전투기에 약 610m까지 근접했다.
이 공중전에서 어떤 F-16이 우위를 차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DARPA는 "이번 공중전은 의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군은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AI 자율성이 어떻게 역동적인 전투 기동 비행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면서 "AI가 항공기를 조종하는 자율 전투시스템을 개발하는 ‘공중전 진화(ACE)’ 프로그램이 기계학습을 공중에서 현실로 만든들었다"고 평가했다.
DARPA 프로그램 매니저 라이언 헤프론 중령은 "항공우주 역사상 변혁의 순간"이라며 "이 알고리즘을 실제 환경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전했다.
2022년 12월 ACE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21차례의 AI 전투기 시험 비행과 함께 그 결과를 토대로 10만회 이상의 소프트웨어 수정이 이뤄졌다. DARPA는 AI 전투기 개발 상황과 관련,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