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사실 그가 쓴 책의 한 귀절이라든지 남긴 명언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어디선가 한 번은 접해봤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에 대표적인 염세주의자, 영어로 pessimist라 암기까지 했으니 더 말해 뭐할까요.
신기하게도 읽었던 그 순간은 끄덕이기도 했고, 메모장에 남겨가며 혼자만의 감흥에도 빠져봤고 ,그 어릴 적 과학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에 빙의해 제 꿈은 철학도죠라고 현학적인 멘트에 표정까지 섞어가며 똥폼을 잡아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삶의 풍파에 치여, 지리멸렬한 일상의 파고에 지쳐 마음에 새긴 그 말들은 그저 그때 뿐인 반짝이로 전락됐네요.
각설하고) 올초 고딩이 된 큰녀석을 축하해 준다며 처남이 교보문고 기프트카드를 선물했고, 지난 주말 약간의 잔액이 남았음을 우연히 알았습니다. 마치 세탁소 맡겼던 외투 호주머니 안 꼬깃꼬깃 만원짜리 지폐처럼 말이죠. 생각지 못한 보너스라 여기며 반가웠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래 이 책이야 라고 선택한 것이 바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이란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을 예전 읽었을 지도 모릅니다. 아니 방구석 어느 서랍 속 파묻혀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여부를 떠나 과감히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했고, 오늘 퇴근하고 집에오니 쇼파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깊은 호흡으로 개똥철학인 저의 생각을 감히 담아 남겨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지금 식탁 위 블루투스 키보드에 의존한 채 적어 내려가는 중입니다.
“당신이 매일 밤 따로 시간을 마련하여 반성을 하는 데에는, 과연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럴 바에야 생각을 멈추고 일찍 침대에 몸을 누이는 편이 훨씬 낫다”라고 하십니다.
리뷰(review)를 넘어 리그렛(regret)을 말한 것 같은데 사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프리뷰(preview)에 더욱 관심이 가고, 반성은 그저 결과론에 입각한 주워맞추기란 생각이 강한 저도 동감할 수 밖에 없네요.
하지만 ”지난 시간이 후회된다면 쉬어라. 쉬는 게 최선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깊게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꼬집어 주신 부분은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쉬고 싶죠! take a break를 강렬히 원하죠. 하지만 저는 평소보다 더 일찍 경영회의 참석을 위해 출근해야하고, 괴로워도 티 안내고 실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유일한 조직장이기에 그럴 수가 없답니다.
유일한 방법이라구요? 맞습니까? 적어도 쇼펜하우어 형님께서 살던 그 시절엔 가능했을까요..라고 짧게 반추하며 첫 챕터에 토는 이 정도로 달께요…. (to be continued)
*필자소개 : 지천명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리며 버티는 중생. 철학을 사랑하고, 엘피를 즐겨 들으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외치는 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