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아픈손가락' ARM, 나스닥 상장 '시동'···기업가치 최대 94조원 전망

  • 등록 2023.08.23 14: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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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위한 신고서 제출
9월 상장 예정...기업가치 최대 94조원 전망
"상장되면 다른 AI기업 가치산정 때 척도"
모바일 반도체 시장 및 AI업계 예의주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주총 동영상 캡쳐]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올해 나스닥 최대어가 드디어 IPO(기업공개)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21년 700억달러(약 93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 조달에 성공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이후 2년 만에 IPO 시장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ARM이 8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공식화한 셈. 

 

신주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상장 시점은 다음 달이 유력하다. ARM은 3월 31일에 마감한 지난 회계연도에서 전년 대비 1% 정도 하락한 매출 2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가(街) 일각에선 ARM의 실제 매출을 고려한 적절한 기업가치는 320억~430억달러 수준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ARM이 정확한 주식 매각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 기업가치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600억~700억달러(약 80조원~94조원)규모일 것"이라며 "ARM의 최종 가치는 투자자들이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에 얼마나 투자하길 원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의 ARM 지분 25%를 인수했을 때 추정했던 기업가치가 640억 달러였다. 

 

ARM은 정확한 주식 발행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ARM이 원래 계획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할 경우, 지난 2014년 250억달러를 조달한 중국 알리바바, 2012년 160억달러를 조달한 메타(페이스북)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ARM이 IPO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비전 펀드에서 3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소프트뱅크 손정의에게 횡재(windfall)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RM은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이 75%, 그룹 산하 기술 투자 전문인 비전펀드가 25%를 소유하고 있다.

 

직원수 6000명이 채 안 되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기본 설계도를 만드는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다. 전 세계 스마트폰 99%에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한 AP가 탑재돼 있다. 2023회계연도 기준 약 300억개의 반도체에 ARM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

 

ARM은 증권신고서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두뇌 반도체(AP) 시장에서 수년간 9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산업용 및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시장에서 64.5%, 자동차 시장에선 40.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야를 막론하고 반도체 업계에서 ARM의 IP를 쓰지 않고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 스마트디바이스 기업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라 '갑(甲) 중의 갑'으로 통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320억 달러(약 43조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투자 성적이 나빠지며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2020년 엔비디아에 이 기업을 매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독점을 우려한 규제 당국의 반대로 매각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ARM의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우선 실리콘밸리에선 ARM의 상장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미국 시장에서 활기를 잃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주변환기를 불러일으켜 시장 전체에 불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탓에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인 인공지능(AI)의 산업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 ARM은 머신 러닝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한 새로운 칩셋을 공개하며,이미 AI기업이란 걸 시장에 내세웠다. 이번 IPO의 흥행여부에 따라 AI기업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미 경제매체 CNBC는 "ARM은 인공지능(AI) 공간에서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점점 더 자신을 'AI 회사'라 자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AI가 산업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ARM의 IPO를 주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RM이 상장 시 얼마만큼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느냐가 다른 AI 기업들의 가치 산정에 척도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윤슬 기자 newsspac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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