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룹 승계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98년 최종현 SK 선대회장 타계 직후 39세의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만 63세(1960년생)로 총수 평균연령에 접어들었고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이 최근 몇 년 새 경영승계 작업을 끝냈다는 점에서 SK그룹의 후계자는 재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승계 관련 질문을 받고 "후계구도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를 해야만 한다.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이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와 대한상의가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부산엑스포 심포지엄 참석차 파리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영국 BBC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BBC가 2021년 12월 공개한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결정된 것은 없다.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만의 삶이 있다. 회장직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자녀들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한다.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뷰 내용의 변화는 최 회장이 경영승계에 대한 계획을 이미 세워뒀고 이사회와도 교감을 거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있다.
최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자녀들에게 그룹 내 주요 사업을 넘기는 기업 분할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등을 그룹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투자를 확대해왔다.
최 회장의 자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서 전략투자팀장을 맡고 있으며 신약개발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이다. 차녀 민정씨는 해군 장교 복무 후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최근에 휴직했다. 현재는 미국 원격 의료 스타트업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다. 삼남 인근씨는 에너지 전문 기업인 SK E&S 북미 법인인 패스키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자녀들에게 자신의 SK(주) 주식 17.5%를 상속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속세 부담을 감안하면 최태원 회장 자녀들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주식을 물려받는 게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 자녀 모두 현재 SK 지분이 없다.
현재 세법상 증여세율 50%,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 20%를 가정할 경우 SK그룹이 4세 경영을 이어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라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98년 32조8000억 원이던 SK그룹 자산은 올해 5월 기준 327조300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미국 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결정에 대해 "좋은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다. 우리 거래선이 아니다"면서 "내부 조사에 따르면 관련 거래선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