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자 4%대 주가하락이 일어났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에 의뢰,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테크인사이츠가 메이트 60 프로는 거의 대부분 중국 업체가 공급한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한 이례적인 글로벌 업체(isolated example)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해당 분석 결과에 대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해당 사안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화웨이 논란'이 불거지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약세다. 증권가는 이번 사건이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펀더멘탈을 훼손할 이슈는 아니라는 점에서 하락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8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800원(4.05%) 내린 11만3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가 하락을 주도하며 코스피 지수도 0.58% 내렸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에 사용됐다는 소식이 하이닉스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화웨이가 미국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오르기 직전인 2020년 9월 마지막으로 판매한 이후 직접 판매한 이력이 없다"며 "미국 제재를 피해 몰래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반도체주 투자 심리에 악재지만 펀더멘탈을 훼손하는 이슈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송명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무원 가족 등 주변 인물도 아이폰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아이폰을 대상으로 D램과 낸드를 파는 반도체 업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판매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화웨이가 다른 회사를 끼고 우회 주문한 결과로 보여 SK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 약세는 하루 이틀의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화웨이가 선보인 메이트 60 프로는 미·중간 ‘뜨거운 감자’였다. 화웨이가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적용해 개발한 신형 스마트폰으로,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이 이러한 최신 제품을 생산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특히 미국 언론에선 “중국이 미국 뺨을 때렸다”는 등 미국 제재가 중국의 핵심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가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용 칩을 생산하는 데 적용했다는 ‘7나노’ 공정은 2018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쓰인 기술과 동급이다. 현재 최신 아이폰용 칩에는 대만 TSMC가 제조 중인 현재 ‘4나노’ 공정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