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의 챗봇 ‘그록(Grok)’을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에 공식 탑재한다.
이 결정으로 MS는 AI 생태계 다변화와 오픈AI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머스크 간의 첨예한 갈등 구도, 그리고 MS와 오픈AI의 미묘한 관계 변화까지 맞물리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빌드 2025’서 그록3·그록3 미니 전격 공개
MS는 19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5’에서 xAI의 최신 AI 모델 ‘그록3’와 ‘그록3 미니’를 애저 AI 파운드리(Azure AI Foundry)에 추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개발자와 기업 고객은 애저를 통해 1,900개가 넘는 AI 모델 중 하나로 그록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MS는 “그록 모델도 다른 MS 제품과 동일한 서비스 수준 계약(SLA)을 적용받으며, 직접 호스팅과 요금 청구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오픈AI 의존도 낮추기…AI 생태계 ‘개방성’ 강화
MS의 이번 결정은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AI 모델 생태계의 ‘개방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MS는 오픈AI, 메타, 미스트랄, 딥시크 등 다양한 AI 기업의 모델을 애저에 속속 도입하며,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AI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는 최고의 AI 모델이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며 “애저를 AI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앙숙’ 머스크와의 동행…오픈AI와의 파트너십 균열 신호?
특히 이번 협업은 MS가 오픈AI에 140억 달러를 투자한 ‘전략적 동맹’ 관계임에도, 오픈AI의 경쟁자이자 올트먼과 법적 분쟁 중인 머스크의 xAI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파장이 크다.
IT매체 더버지는 “이번 결정은 오픈AI와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의외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MS와 오픈AI는 최근 지분, 기술 접근권, 수익 배분 등을 놓고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xAI 그록, ‘검열 최소화’ 전략과 논란
머스크가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자평한 그록은 ‘검열이 적고, 직설적이며, 논쟁적 주제도 피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 그록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집단 학살’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논란이 됐다.
xAI는 “내부 시스템 프롬프트의 무단 수정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이후 시스템 프롬프트 공개와 24시간 모니터링 등 투명성·안전성 강화 조치를 도입했다.
MS는 “애저에 탑재된 그록3는 xAI의 API에서 제공되는 것보다 데이터 통합, 커스터마이징, 거버넌스 등에서 훨씬 강화된 통제와 안전장치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시대, MS의 승부수
이번 빌드 2025에서 MS는 그록 외에도 프랑스 미스트랄, 독일 블랙 포레스트 랩스 등 다양한 AI 모델을 추가하며, ‘AI 에이전트’와 ‘오픈 에이전틱 웹’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깃허브 코파일럿의 AI코딩 에이전트, NLWeb 등도 함께 공개하며,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신하고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차세대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MS는 AI 에이전트·오픈 웹 전략으로 차세대 AI 주도권을 노리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누구와도 손잡는 개방성’을 내세운 MS의 이번 승부수가 ‘AI 혁신의 허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