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귀화 시민권 박탈과 출생 시민권 제한 등 초강경 이민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 내에서 “멜라니아 트럼프부터 추방하라”는 역설적 청원이 온라인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우자인 슬로베니아 출신 멜라니아 트럼프와 아들 배런, 장인·장모까지 추방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요구는 이민 정책의 형평성과 위선 논란을 정조준한다.
트럼프, 귀화 시민권 박탈 정책 전면화…25만명 청원에 “멜라니아도 예외 없다?”
ABC뉴스와 CNN등 미국의 주요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6월 미 법무부는 귀화 시민권자 중 국가안보, 테러, 전쟁범죄, 성범죄, 인신매매, 재정 사기, 갱단 연루, 허위 정보 제공 등 광범위한 범죄에 연루된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귀화 시민은 약 2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에 달한다.
법무부는 “민사소송을 통한 박탈은 형사소송보다 입증 책임이 낮고, 피고는 국선변호인 지원을 받을 권리가 없다”며, “모든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 최대한 적극적으로 시민권 박탈을 추진하라”는 내부 메모를 하달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연평균 102건의 박탈 소송이 제기됐으며, 바이든 행정부(24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2025년 재집권 이후 5개월 만에 5건의 박탈 소송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 같은 정책에 반발해 진보 성향 단체 MoveOn의 청원 게시판에는 “멜라니아 트럼프와 가족이야말로 첫 추방 대상”이라는 청원이 올라와 6000명 이상이 동참했다. 청원자들은 “트럼프가 귀화 시민권자 추방을 밀어붙인다면, EB-1 ‘아인슈타인 비자’로 시민권을 취득한 멜라니아와 그 가족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시민권 논란…‘아인슈타인 비자’ 자격 공방
멜라니아 트럼프는 1970년 슬로베니아(구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1996년 모델 활동을 위해 미국에 입국, 2001년 EB-1 비자(‘아인슈타인 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했고 2006년 시민권을 얻었다. EB-1 비자는 과학·예술·체육·경영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입증해야 하는 고난도 비자다. 2001년 당시 슬로베니아 출신 5명만이 이 비자를 받았다.
그러나 멜라니아의 시민권 취득 과정, 초기 비자 상태, 미국 내 불법 취업 여부 등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1995년 뉴욕에서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며, 공식 입국 연도(1996년)와 불일치한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멜라니아는 “비자 규정을 항상 준수했다”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이민 제한’ 정책과 맞물려 위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추방’ 언급…정치적 무기로 변질된 시민권 박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남아공 출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시민권 취득 과정도 문제 삼으며 “머스크의 추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머스크는 1992년 교환학생 비자로 미국에 입국, 2002년 귀화했다. 트럼프 측근 스티브 배넌 등은 머스크의 초기 체류·취업 경력에 불법성이 있었다며, 고위직 보안 해제와 추방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법상 귀화 시민권은 ‘중대한 사실 은폐 또는 고의적 허위 진술’이 입증될 경우 박탈될 수 있다. 실제로 2차대전 전후 나치 전범, 최근에는 신원 도용·범죄자 등에 대해 박탈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해, “정치적 반대자나 비판적 인사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생 시민권 폐지 논란…미국 사회 ‘헌법 위반’ 반발 확산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 시민권(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 시민권 부여, 14차 수정헌법 보장)도 행정명령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2025년 1월 행정명령 서명 직후 22개 주와 시민단체가 ‘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법원은 14일간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내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가 출생 시민권 원칙을 지지하며, 트럼프의 폐지 시도에 반대했다. “이민자 가족 해체”와 “실질적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민주·공화 양 진영을 넘어 확산 중이다.

정책 효과와 한계…법적·사회적 논란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의 귀화 시민권 박탈 및 대규모 추방 정책은 미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에 극심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민사소송 방식의 박탈은 피고의 변호권 보장 없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오남용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5년 1~6월 사이 1200~1500명/일 규모의 체포·추방이 진행되고 있으며, 임시보호신분(TPS)·난민 프로그램도 대폭 축소됐다.
한편,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불법 이민 억제”라는 명분 아래 대중적 지지를 일부 받고 있으나, 출생 시민권 폐지 등 헌법적 논란이 불거지며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5년 6월 NPR/Ipsos 조사에서는 대규모 추방 지지(40%)와 반대(42%)가 팽팽히 맞섰으며, 출생 시민권 폐지에는 28%만이 찬성했다
카산드라 버크 로버트슨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법학 교수는 “귀화 시민권 박탈은 미국 헌법 14조의 평등권과 절차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민사소송 방식은 피고의 방어권 보장이 미흡해, 정치적 악용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이 ‘멜라니아부터 추방하라’는 역설적 청원과 함께 미국 내 거센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귀화 시민권 박탈과 출생 시민권 제한은 헌법적·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며, 실제 정책 시행 과정에서 법적 소송과 대중적 저항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누가 미국인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다시 한번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