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 정치권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 움직임으로 들썩이고 있다.
Newsweek, Economic Times, India Today, CBS News 등의 매체들은 머스크가 7월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자신의 SNS 엑스(X)에서 신당 창당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며, “양당(혹은 단일당) 체제에서 벗어날 때”라며 제3당 결성 의지를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상원 2~3석, 하원 8~10석만 확보해도 캐스팅보트로 미국 의회를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트럼프와 결별…“‘빅, 뷰티풀 빌’ 통과 땐 창당”
머스크의 신당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 갈등에서 비롯됐다. 트럼프가 추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OBBBA)’이 의회를 통과하며 10년간 3조3000억 달러(약 4560조원) 재정적자 확대가 예상되자, 머스크는 “양당 모두 국가 재정을 파탄내는 ‘유니파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아메리카당을 바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법안 통과 직후 신당 투표를 진행했다.
유권자 40% “지지 의향”…공화당 내 분열 조짐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구상은 여론조사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여론조사업체 Quantus Insights가 6월 30일~7월 2일 미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에서, 응답자의 40%가 “머스크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14%는 “매우 지지”, 26%는 “다소 지지”로 나타났다. 반면 38%는 “지지하지 않는다”, 22%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공화당 남성 유권자 중 57%(23% 매우, 34% 다소)가 신당 지지 의향을 밝혀, 머스크 신당이 보수진영 내 분열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당층 남성 역시 47%가 지지 의사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호응은 미미했다(남성 7%, 여성 5%만 ‘매우 지지’).

“상원 2~3석, 하원 8~10석 확보 전략”…美 정치지형 흔드나
머스크는 신당의 전국적 확산보다 ‘전략적 집중’을 내세웠다. “상원 2~3석, 하원 8~10석에만 자원을 집중해 의회 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 의회는 최근 몇 년간 상하원 모두 1~2석 차이로 법안 통과가 좌우되는 ‘초박빙’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머스크는 “이 전략이 현실화되면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법안만 통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美 제3당 성공 가능성 낮아…머스크 변수는 주목”
정치학자와 선거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신당 구상에 회의적이다. 미국은 각 주별로 복잡한 정당 등록·후보 등재 요건과 기득권 양당의 견고한 장벽이 존재, 제3당이 연방 차원에서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에모리대 앨런 아브라모위츠 교수는 “미국의 제3당은 사회적 대격변이나 뿌리 깊은 불만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부유한 개인의 결심만으론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인 90%는 공화·민주 양당 중 하나에 소속감을 갖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호라는 막대한 자금력, 테슬라·스페이스X 등에서 입증된 ‘파괴적 혁신’ 경험, 그리고 SNS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존 제3당과는 차별화된 도전을 예고한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의 가치와 가장 부합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유권자가 전체의 3분의 1, 무당층에선 59%에 달해 ‘정치 불신’이 머스크 신당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보조금 삭감·추방 검토” 맞불…정치권 긴장 고조
머스크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의 정부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경고했고, 기자회견에선 “머스크의 남아공 출신 이민자 신분을 조사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머스크 역시 “트럼프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예고,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머스크 신당’이 美 정치에 던지는 질문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 시도는 미국 양당체제의 한계, 재정정책 논란, 유권자 불신, 그리고 ‘슈퍼리치’의 정치 진입이라는 네 가지 이슈를 동시에 부각시킨다. 실제로 2026년 중간선거에서 머스크 신당이 의석을 확보할 경우, 미국 의회 내 힘의 균형과 주요 법안 통과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학계는 “머스크의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미국 사회에 ‘정치적 대안’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머스크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