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쇼고스'를 아시나요?
AI 업계에 AI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쇼고스(Shoggoth)’라는 그림이 확산중이다.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 괴물에 빗대어 AI를 문어 같은 모습에 촉수마다 눈이 달린 괴상한 괴물로 형상화한 것. AI가 그만큼 기이하고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쇼고스는 소셜미디어(SNS)에 ‘밈(meme·온라인서 유행하는 사진·영상·유행어 등)’의 형태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AI 업계 종사자들은 쇼고스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이나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뉴욕타임스 역시 "쇼고스는 AI를 연구하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창조물에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라고 표현했다.
쇼고스는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의 SF 소설인 '광기의 산에서'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괴물이다. 크룰루 신화의 몬스터며 우주에서 지구로 온 최초의 생명체, 올드 원에 의해 탄생했다.
올드 원을 인간, 쇼고스를 AI로 투영시킨 밈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중이다. 특히 @TetraspaceWest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가 쇼고스를 GPT-3으로 그리는 한편 그 옆에 GPT-3+RLHF라는 문구와 더불어 쇼고스의 촉수 하나를 인간의 얼굴로 표현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는 '인간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이라는 의미다. 바로 챗GPT를 훈련한 방식이다.
챗GPT의 등장에 이어 구글 바드, 메타의 람다 등 초거대AI가 우후죽순 등장하며 관련 기술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AI 기술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위험성을 인지하고, 무분별한 기술개발에도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쇼고스 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제프리 힌턴(토론토대 명예교수), 조슈아 벤지오(몬트리올대 교수),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 샘 올트먼(오픈AI CEO) 등 AI 업계 주요 인사 350여 명이 참여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AI의 위험을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AI안전센터’는 이날 “AI로 인한 (인간) 멸종 위험을 줄이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전쟁 같은 다른 사회적 규모의 위험과 함께 전 세계적인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공개했다.
AI 연구를 선도하는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엔지니어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KAIST 신진우 석좌교수, 김대식 교수 등이 동참했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CEO들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AI 연구의 최전선에서 'AI의 발전과 진흥'을 주장하는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AI의 규제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올트먼 오픈AI CEO와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도 최근 "AI로 인한 혼돈이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클 수 있다"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