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 버려진 땅을 친환경 녹지 공간으로…도시재생과 골프장

  • 등록 2024.11.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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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드넓은 코스, 탁 트인 전망, 깔끔하게 정리된 수목. 골프장은 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골프장을 도시재생 방안으로 채택해 지역민의 건강 증진과 심신 안정을 도모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말 그대로 도시를 다시 살리는 것을 말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 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도시재생은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낙후 지역으로 꼽히던 곳이 MZ세대에게 ‘힙’한 도시로 새롭게 사랑받거나, 청년 작가들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한 사례를 우리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버려진 땅이 생명의 땅, 골프장으로 되살아난 사례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했던 석탄 산업이 쇠락하고, 지역 경제가 위축되었던 강원도 정선 지역에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섰다. 하이원리조트는 지역 관광 중심지이자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매출액은 24조원에 달한다. 강원 폐광지역 연계 관광 활성화는 물론 2019년부터 강원 폐광 지역에 혁신 청년창업기업을 유치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원리조트는 매출의 81%를 지역 발전을 위해 쓰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인천 서구 오류동 소재 쓰레기매립장을 골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1992년 2000년까지 쓰레기를 매립했던 제 1 매립장을 2014 년 아시안게임에 맞춰 대중형 골프장으로 바꾼 것이다. 개장 이후 2022년까지 해당 골프장은 1340억원을 지출하고, 1402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그리고 총 24억원을 주민지원 사업에 사용했다. 또 매립지 영향권 주민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골프장은 버려진 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은 ‘평화’라는 뜻의 ‘센토사(Sentosa)’라는 이름과 달리 과거 ‘등 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섬’이라고 불렸다. 척박한 환경인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요새로, 이후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또 그다음에는 영국군 군사기지로 사용되는 등 잦은 유혈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들어 싱가포르는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버려진 황무지를 개간해,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의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호텔, 카지노, 그리고 골프장도 생겼다. 센토사골프클럽은 싱가포르 최고의 골프장이자 세계 79위의 명문 골프장으로 손꼽히며, 올해도 미국 LPGA투어 HSBC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이 이곳에서 개최됐다. 그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친환경 골프장으로 전 세계 골프장의 모범이 되고 있다.


버려진 땅, 혐오 시설 등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드넓은 골프장을 보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 아무도 가지 않던 곳이 우리 주변 일상적인 공간이자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골프장 개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효과를 얻는다. 우선 쓰레기 매립장을 골프장으로 개발하기 좋은 이유는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골프장과 달리 이들은 다소 평평한 지역에 자리해 땅을 개간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반면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관련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주변 관광도 활성화된다.

 

골프장으로 도시의 변신을 꾀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4월 환경시설 밀집지역인 유성구 금고동 일대에 골프장 조성 계획을 제시했다. 총 27홀 규모의 친환경 대중형 골프장을 우선 건설하고, 매립이 종료되는 시기에 맞춰 주민 생활체육시설,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오·폐수 유입으로 ‘죽음의 강’이라는 오명을 썼던 태화강 일대 매립장도 2009년 4월 시작한 안정화 기간을 끝내고 생태공원과 전국 최대 규모의 파크 골프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재생의 목표는 주거복지 실현, 도시 경쟁력 회복, 사회 통합, 일자리 창출로 정의된다. 골프장은 도시 경쟁력을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주민과의 상생을 유도하 고,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골프장이 지역과 환경을 되살리는 효자 노릇을 계속해 주길 기대한다.

최동현 기자 newsspac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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