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 말을 바꿨다. 테슬라가 충전 네트워크 관련 부서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전기차 충전망 확대 속도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내놓은지 약 일주일 만이다.
10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에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테슬라는 올해 슈퍼차저 네트워크 확장에 5억달러가 훨씬 넘는 금액을 투자해 수천 개의 충전기를 새로 만들 것"이라며 "이는 신규 부지와 충전망 확장에 대한 비용만 들어간 것으로 운영비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고전하는 가운데 지난달 전 세계 인력 10% 이상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주에는 충전 인프라 담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를 포함한 슈퍼차저 인프라 담당 직원 대부분인 약 500명을 해고했다.
충전관련 대부분의 테슬라 직원들을 해고한 상황이라 전기차 충전망 사업을 접는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진 직후 머스크는 "슈퍼차저 충전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신규 충전소를 완만한 속도로 추진하고, 이미 구축된 기존 충전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현재 북미 지역 초고속 충전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차 시장분석업체 EV어덥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3월까지 1526개의 충전포트를 설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고 2위 업체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머스크의 이런 '속도 조절' 언급은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NACS, 북미충전표준)을 따르고 충전소도 함께 쓰기로 합의했던 다수의 자동차 업체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지난해 여름부터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등이 NACS 채택을 결정한 바 있다.
반면 충전소 사업에서 경쟁 관계인 다른 충전소 설치·운영업체들에는 테슬라가 확보한 좋은 부지를 대신 가져갈 기회가 됐다. 실제로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최근 테슬라의 발표 이후 우리는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해고한 인력도 흡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
이처럼 열흘 만에 머스크의 입장이 바뀐 데는 이런 경쟁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가 사업과 관련해 빠른 입장 변화, 즉 말바꾸기를 한 사례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2019년 머스크는 테슬라가 대부분의 매장을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물주들이 매장 임대 계약 해지를 거부하자 이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전기차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