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향후 50년, 100년까지도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겠다. 한국의 땅과 바다를 삼성·현대·대우가 만들었다면, 하늘과 우주는 KAI가 열어가겠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KAI의 미래 사업과 관련한 포부를 밝혔다.
강 사장은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통해 2050년 매출 40조원, 세계 7위의 항공우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KAI의 작년 매출은 2조7869억원, 매출 순위는 37위였다.
올해 매출은 3조8000억원, 수주는 4조5000억원이 목표다. 이 수주 목표는 말레이시아 등에 국산 완제기 수출과 소형무장헬기(LAH) 2차 양산을 중심으로 달성할 예정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면 지난해 매출 2조8000억원으로 세계 37위였던 KAI는 2050년 매출 40조원의 글로벌 톱7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강 사장은 올해를 KAI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신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6세대 무기체계 개발 ▲친환경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헬기 ▲민군 겸용 미래항공기체(AAV) ▲위성플랫폼·서비스 ▲우주탐사용 모빌리티 등 6가지 분야다.
우주 분야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독자 위성 개발은 물론 위성 서비스 사업을 확장한다. 우주 탐사, 우주 모빌리티, 궤도 서비스·제조 사업으로 우주를 활용한 신산업 역량도 키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와 관련해 "초소형 군집위성 체계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할 기회가 생겼다"면서 "추후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등 소프트웨어 능력까지도 갖추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강구영 사장은 올해는 UAE와 이집트에, 내년과 내후년에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UAE에는 예상밖 수출이 이어지고 있는데 조만간 또 다른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반드시 (이집트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 잠정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 올인한다"며 "미국은 ATT, TSA, UJTS 등 3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데 향후 40년 이상의 기간 동안 KAI 먹거리가 저 사업들에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KAI는 수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완제기 플랫폼을 개발한다. KF-21 수출형, TF-50 미국 수출형, 수리온(KUH)과 소형무장헬기(LAH) 수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사업 수주에 총력전을 펴고, 정부와도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강구영 사장은 KAI 매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수 수요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실패 위험성도 큰 항공우주 사업이 민간에 넘어간다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 사장의 이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와 엇박자를 낸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강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KAI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지분 매각 가능성과 관련 “정부도 항공우주전력의 50% 이상을 납품하는 핵심 기업을 민간에 넘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임직원 90% 이상이 반대하는 만큼 임직원들과 입장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KAI 지분의 26.4%를, 국민연금은 9.9%를 보유하고 있다. LIG넥스원 등이 KAI 인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KAI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