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독일 연구진이 기존 지구 자전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이로써 대륙에 걸친 복잡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이 연구결과는 9월 3일 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Science Advances(2025.9.3) 논문, 뮌헨공대·본 대학 공식자료, EurekAlert!·유니버시티 오브 본, Yahoo뉴스, Strata에 따르면, 독일 뮌헨공과대학교(TUM, 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와 본 대학교의 연구진은 바이에른 주 베첼 지구측지관측소에 설치된 4m x 4m 크기의 링 레이저 자이로스코프를 활용해 지구의 축운동(세차·영각)을 250일 동안 연속 관측, 기존 초장기선 전파망원경(VLBI) 방식 대비 100배 높은 정밀도(소수점 이하 9자리, 하루 기준 밀리초 단위 변화 감지)를 기록했다.
그간 VLBI는 대륙별 대형 망원경 네트워크로 하루 단위 결과를 산출하며, 수일~수주간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했지만, 독일 연구진의 링 레이저는 단일 지하시설에서 독립적으로 시간당 미만(1시간 미만) 해상도의 즉각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었다.
해당 논문의 주저자이자 TUM 천문공학 및 물리측지학과 교수인 K. 울리히 슈라이버는 "우리의 링 레이저가 할 수 있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라며 "기존의 자이로스코프나 다른 링 레이저로 가능했던 것보다 100배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
링 레이저의 원리는 두 개의 레이저 빔을 정사각형 경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키고, 지구 자전이 두 빔에 미치는 미세한 영향을 간섭무늬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세차(precession, 약 2만6000년 주기), 영각(nutation, 18.6년 및 일일~주간 변동 등) 등 다양한 축운동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됐다.
기존 VLBI와 링 레이저의 측정 정확도 및 시간 해상도 비교에서는 링 레이저가 100배 향상된 정확도와 <1시간 해상도, 즉시 분석 가능이라는 장점이 지적된다.
링 레이저 기술의 세계적 의미에 대해 본 대학 양자 계측 그룹 Simon Stellmer 교수는 “Wettzell의 링 레이저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회전 센서"라며 "EU연구위원회로부터 15만 유로의 Proof of Concept Grant를 수여받아, 앞으로는 해당 센서의 상용화를 통해 지진 예측과 대형 인프라(교량, 댐 등) 모니터링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핀오프 및 특허 출원, 시장 분석이 진행 중이며, 센서 소형화 및 고신뢰성화를 통한 실시간 재해 대응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이 정밀 센서 측정 데이터는 지도천문학이나 기후모델링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해양 내 질량 재배분이 지구 자전에 미치는 영향 ㅡ 예컨대 엘니뇨와 같은 대기·해양 현상과 회전 변화 간 상관관계도 과학자들이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TUM의 Urs Hugentobler 교수 역시 "회전 변화 정보는 천문학뿐 아니라 정밀 기후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미래적으로는 링 레이저 센서의 10배 추가 정확도 향상이 가능할 경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특히 Lense-Thirring 효과: 지구 자전에 의한 시공간 끌림 효과)의 직접 검증까지 논의된다. 이는 정밀 측정과 기초물리학 연구의 새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