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Z세대 직원들이 회사의 AI 도입을 사실상 방해하는 수준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업·직원 간 갈등이 단순한 기술 적응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NDTV, Ground News, Forbes, WRITER, SAPinsider, India Today에 따르면, 미국 AI 에이전트 기업 라이더(Writer)와 리서치 업체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Workplace Intelligence)가 미국·영국·유럽의 지식 노동자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기업 AI 도입(AI Adoption in the Enterprise)’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29%가 “회사 AI 전략을 어떤 형태로든 방해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Z세대에서 44%까지 치솟는다. 응답자 가운데 30%는 그 이유로 “AI 때문에 언젠가 내가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공포(FOBO, Fear of Becoming Obsolete)”를 꼽았다.
사보타주의 양상은 노골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승인되지 않은 공개형 AI 툴에 기밀·내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입력하거나, 회사가 공식 도입한 플랫폼 사용을 아예 거부하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저품질 결과물을 제출하거나, 평가 지표를 조정해 “AI가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행위도 보고됐다.
라이더 조사에서 C-레벨을 포함한 경영진의 76%는 “직원 사보타주가 회사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는 점은, 이 현상이 이미 체감 가능한 수준의 경영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숨은 반란’이 Z세대의 게으름이나 세대 갈등으로만 환원하기 어려운, 구조적 긴장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SAP와 웨이크필드 리서치(Wakefield Research)가 미국 최고인사책임자(CHR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 CHRO의 88%는 “AI가 초기 경력 인재를 과거보다 더 빨리 실무 투입 가능 상태로 만든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79%는 “신입 직원에게 입사 첫 달 안에 기업용 AI 도구를 제공한다”고 밝혔고, 87%는 “신입이 AI에 이미 익숙한 상태로 입사하거나 즉시 학습해 사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AI 덕분에 신입이 곧바로 ‘전력화’되는 만큼 학습의 완충지대는 사라지고, 출발선에서부터 성과 압박이 커지는 구조다. SAP 인사 전략 보고에 따르면 CHRO의 56%는 “공식 가이드가 불명확할 때 초기 경력 직원들이 비공인 AI 툴에 의존한다”고 답했고, 44%는 “승인된 AI 도구에 대한 불균등한 접근이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키워 주니어 직원의 이직 리스크를 높인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AI 활용 능력’을 사실상의 입사·생존 조건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어떤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거버넌스와 교육은 따라가지 못하는 ‘가속의 격차(acceleration gap)’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용 시장의 숫자는 Z세대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AI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매달 순(net) 1만6,000개의 일자리를 지운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AI 대체(substitution) 효과로 월 2만5,000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생산성 증대와 신규 수요 등 AI 보완(augmentation) 효과로 되살아난 자리는 9,000개 수준에 그친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순고용 감소와 자동화 압력이 특히 Z세대·초년 경력 직군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더 CEO 메이 하비브(May Habib)는 보고서에서 “대규모 해고는 지속 가능한 AI 전략이 될 수 없다”며 “인간과 AI 에이전트의 협업을 중심에 두고 업무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디자인하는 리더들만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축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라이더의 2026년 엔터프라이즈 AI 도입 조사에선 응답 기업의 79%가 “AI 도입 과정에 상당한 난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고, C-레벨의 75%는 자사 AI 전략이 “실질적인 실행 가이드라기보다 대외적 ‘쇼케이스’에 가깝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같은 조사에서 기업의 60%는 “AI 도입을 거부하는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영진은 ‘AI로 인한 경쟁력 상실’을 두려워해 보여주기식이더라도 빠른 도입을 밀어붙이는 반면, Z세대와 신입 직원들은 ‘AI로 인한 나의 실직’을 두려워해 사보타주로 맞서는 이중 공포 구조가 형성돼 있다. FOBO(쓸모없어질 것에 대한 공포)는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매달 수만 개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있다는 거시 통계와, 입사와 동시에 AI 사용을 강요받는 조직 내 미시 구조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현재의 데이터는 AI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혁신을 싫어하는 직원 vs 변화를 원하는 경영진’이라는 도식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라이더·SAP·골드만삭스 등 주요 보고서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교육·거버넌스·역할 재설계 없이 AI를 곧바로 생산성과 구조조정의 도구로만 투입할 경우 Z세대의 저항은 더욱 교묘하고 조직 깊숙이 파고들 것이라는 경고다. 이제 논점은 ‘AI를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공포 대신 사람과 함께 일하는 청사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