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칼럼] 모아이 석상, 바다 침수 위협 '현실로'…이스터섬 해수면 상승 '직격탄'

  • 등록 2025.08.13 21: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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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아이 석상 15기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 내 51개의 문화재가 55년 이내에 바닷물에 잠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2080년까지 이스터섬(라파누이)의 대표 유적지 아후 통가리키(Ahu Tongariki)를 직접 침수 위협에 놓이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출처: University of Hawaiʻi at Mānoa,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2025.8.12 발표)

 

하와이대 연구 보고서(2025), IPCC AR6(2021), 라파누이 관광청(2019), UNESCO 피해 진단 보고서(2023)등과 Down To Earth, Academia.edu, Ediciones EL PAÍS S.L.의 연구물, ScienceDaily, Tourism Review Media의 보도를 종합해 알아봤다.

 

디지털 트윈으로 ‘침수 시계’ 가동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의 노아 파오아(Noah Paoa) 박사는 아후 통가리키 일대의 정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제작, 다양한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하에서 홍수 범위를 시뮬레이션했다.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대상이나 프로세스를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구현한 가상 모델로,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센서와 IoT 장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상태나 변화를 디지털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현지 파트너가 제공한 유적 위치 정보를 홍수 예측 지도에 중첩시킨 결과, 향후 평균 해수면이 현재보다 25~30cm 상승하면 계절성 고파랑(seasonal wave)이 직접 유적지에 닿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평가보고서(2021)가 제시한 21세기 말 해수면 상승폭 0.28~0.55m(저탄소 시나리오, SSP1-2.6 기준)와 비교해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수준이다.

 

 

1960년 쓰나미 악몽, 이번엔 ‘느린 재앙’


아후 통가리키는 길이 약 100m의 플랫폼에 15기의 거대 모아이가 늘어서 있는 라파누이 최대 제례장소다. 그러나 1960년 칠레 발 지진의 쓰나미가 이곳을 완전히 파괴해 석상들을 내륙 100m 이상 휩쓸고 고대 무덤 유해와 뒤섞였다.


이후 일본 정부 지원(약 200만 달러)에 힘입어 1992~1995년 복원됐지만, 이번 위협은 과거처럼 하루 만의 쓰나미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찾아오는 ‘침식형 파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관광·경제·정체성 삼중 타격


라파누이 섬의 인구는 약 8000명. 주민들의 생계 기반은 사실상 모아이 관광에 의존한다. 팬데믹 이전 연간 관광객 수는 평균 15만명, 관광수입은 약 1억2000만 달러(라파누이 관광청 자료, 2019)로 섬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노아 파오아 박사는 “모아이는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정체성과 전통 부흥의 핵심”이라며 “이 위협을 방치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 상실 위험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재해의 연속 경고


해수면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다. 2022년 10월, 전례 없는 가뭄이 불씨가 되어 발생한 들불이 라노 라라쿠(Rano Raraku) 채석장 일대 유적 수십 기를 ‘복구 불가’ 상태로 만들었다(UNESCO 라파누이 피해 보고서, 2023).


모아이 석상의 주 재질인 화산 응회암(volcanic tuff)은 다공성이 높아 소금기, 온도 변화, 폭풍우에 특히 약하며, 기후변화가 이런 훼손 속도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하와이·태평양권 보존 청사진


공동저자 칩 플레처(Chip Fletcher) UH 마노아 해양지구과학기술대학 학장은 “위협 기록화는 보존 계획 수립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번 연구 기법이 하와이·태평양 연안의 다른 문화유산 보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경고가 아니라, 침수 가능 시점을 구체 수치로 제공한 ‘보존 대응 타임라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과학 데이터에 기반한 보존·방어 전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문화유산은 태평양 파도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2080년까지, 지금 속도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RCP8.5 시나리오) 모아이와 그 고향 아후 통가리키가 바닷속에 부분적으로 잠길 가능성은 ‘확률’이 아니라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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