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대표이사)이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항공산업이 관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우선 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 회장은 6월 2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서 열린 제81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이뤄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으로 항공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 미국 상무부가 민간 항공기와 제트엔진, 부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등, 항공산업이 새로운 관세 위협에 노출됐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에서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는 동시에, 이들 글로벌 제조사에 동체, 날개, 엔진 부품 등 다양한 항공기 부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만약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부품 수출 타격은 물론 수입 항공기·예비부품 가격 인상 등으로 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 회장은 “관세가 기업 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최근 수개월간의 정권 공백이 세계 경제 불안정과 맞물려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됐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예측 가능한 통상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갈등, 항공화물 수요에도 영향…러시아 영공 통과 재개 의지
조 회장은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중국발 미국행 화물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여객 수요는 프리미엄 좌석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항공기 구매가는 대부분 사전 계약으로 확정되지만, 예비 부품 등 소모성 자재는 관세 인상 시 실질적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고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제재가 풀린다면 대한항공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 운항을 가장 먼저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IATA 집행위원 3연임…글로벌 항공업계 리더십 강화
조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IATA 최고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IATA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항공사 CEO 중 전문성과 경륜을 바탕으로 선출되며, 조 회장은 2019년 첫 임기 이후 2022년 연임, 이번에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글로벌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