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총 100기가와트시(GWh)가 넘는 대형 계약으로, 금액으로는 13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연이은 대규모 수주 낭보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15일 포드와 총 109GWh 규모 상용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총 2건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구체적인 공급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계약 규모가 1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 셀 1킬로와트시(kWh) 판가는 89달러로, 이번 포드 계약에 적용하면 13조원 수준이 된다. 계약에는 셀 이외에 모듈까지 포함돼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0월 8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수조원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지 1주일 만에 다시 한번 ‘잭팟’을 터뜨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덕분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이겨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포드 유럽 상용차 배터리를 전량 생산할 예정이다. 폴란드 생산 기지는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이 50% 내외 수준으로 저조해 고정비 부담이 컸는데, 포드 수주로 공장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포드는 차세대 상용차 모델인 이-트랜짓(E-Transit)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짓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글로벌 경상용차(LCV)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 대비 평균 운행 거리가 길고, 눈과 비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고출력과 장수명 등 배터리 품질이 중요하다.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선택한 건 고성능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파우치형 배터리를 높이 평가한 것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진입 장벽이 높은 상용차 배터리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포드와의 계약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LG의 높은 기술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증명한 사례”라며 “탄탄한 현지 생산능력을 적극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