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김해 불암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A씨가 굴착기 버킷에 맞아 숨지는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9월 6일 김해중부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작업 중 A씨가 굴착기 작업반경에 접근하는 순간 굴착기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후 A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롯데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다수의 중대 재해 사고 가운데 하나로, 이 회사의 현장 안전관리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지난해 이후 롯데건설 산하 공사장에서만 다섯 건 이상의 중대 사고로 다수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노동부 조사 결과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4년 산재 사망자수는 15명으로 조사됐다.
이미 수차례 사고가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과 하도급 업체들은 명확한 안전대책 마련보다 현장 위험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서울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사망 사고 당시에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119 신고 지연, 응급처치 미흡으로 3명의 노동자 사망을 막지 못해 국민적 분노를 산 바 있다. 당시에도 롯데 측은 현장 인력 최소화 등을 이유로 작업자와 작업 환경 안전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이번 사고 직후 윤곽이 드러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굴착기 운전자가 작업자 위치를 시야 확보나 안테나 안전장치로도 즉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직업적 안전 의식 및 장비 관리 미비 문제까지 겹친 복합적 부실이 확인됐다. 이는 기업이 고비용 발생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안전 투자를 계속 외면해온 결과라는 목소리가 크다.
롯데건설은 최근 5년간 15건 이상의 사망 사고를 기록했으며, 정부는 관련 법 위반 조사 및 작업 중단 명령 등을 발동했다. 대형 사건이 반복되고 안전 관리 미흡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2023년 기준 한국 건설업 산업 재해 사망률이 OECD 주요 10개국 평균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고, 매년 150여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는 현실이다. 2023년 건설 노동자 사망률은 1만명당 1.59명으로, 캐나다(1.08명), 미국(0.96명), 일본(0.68명)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은 추락 등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청와대와 노동부의 강력 규제 시행 필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잇따르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는 심정으로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시했으며, "위반 기업에 대해 면허 취소와 엄중한 법적 제재 방안을 모두 검토할 것"을 관계 부처에 명했다.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장관이 직을 걸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과거 반복된 참사 사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과 노동자 보호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앞세워 안전 투자에 인색해온 현실이 이번 비극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기업 이익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근본적 가치 재정립과 함께, 정부 감독 강화 및 건설업 전반에 걸친 안전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 특히, 롯데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의 법적 책임 강화와 투명한 사고 보고체계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