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은 10월 31일 정교선 그룹 부회장을 현대홈쇼핑 회장으로 승진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009년부터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던 정교선 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4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정교선 회장은 그룹 차원에선 종전과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보좌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라는 단일 지주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형제 경영’을 이어간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현대홈쇼핑 대표로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성장이 둔화하는 현대홈쇼핑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교선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홈쇼핑의 장기적 성장전략 구상·추진에, 전문경영인은 중·단기적 사업 전략에 대한 계획·추진에 각각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1. 정교선 회장 승진은 50세 기념 생일 선물(?)
올해 10월 31일자로 현대홈쇼핑 정교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공교롭게도 회장으로 승진한 10월 31일은 정교선 회장의 생일이다. 또 정교선 회장은 1974년생으로 올해 지천명에 해당하는 5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50세 되는 생일 때 회장 승진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승진한 해와 날짜만 놓고 보면 회장 승진이라는 카드를 50세가 될 때까지 정교하게 맞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회장 승진과 관련해 오너가 내부적으로 좀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2. 정지선·정교선 회장, 덕산 이수훈·이수완 회장과 닮은 점은?
이미 현대백화점 그룹에는 정지선 회장이 이미 37세 때부터 그룹 회장직을 맡아 수행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50세 되는 생일날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형제 모두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쓰게 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9월에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은 올해 9월 기준 모두 31명으로 집계됐었다. 이중 형제간에 회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 곳은 덕산네오룩스 이수훈 회장(76년생)과 덕산산업 이수완 회장(78년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정지선 회장(72년생)에 이어 정교선 회장(74년생)도 회장 타이틀을 됨에 따라 1970년 이후 출생한 형제간 회장을 쓰는 2호 사례가 됐다.
공교롭게 이수훈·이수완 회장과 정지선·정교선 회장은 모두 남성이고 2살 터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이수훈 회장과 이수완 회장도 기존 이준호 덕산그룹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경영을 할 때는 같은 우산에 있었지만, 이준호 명예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나면서 두 형제는 각각 독립된 계열사를 경영하며 최근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형인 이수훈 회장은 덕산그룹의 정통을 이어가면서 덕산그룹을 이끌고 있다면, 동생인 이수완 회장은 덕산그룹이라는 우산에 빠져나와 계열사 몇 곳을 지배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보면 정지선·정교선 회장도 앞서 이수훈·이수완 회장와 유사한 길을 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CXO연구소 측은 예상했다.
이럴 경우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그룹의 정통성을 이어가게 되고, 정교선 회장은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꼬마 그룹으로 독립해 나가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SKC 최신원 전 회장처럼 SK그룹이라는 우산에 있으면서 SKC를 비롯해 주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로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재벌가에서 같은 그룹에서 형제지간에 회장 승진이라는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형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자도생을 위한 일보(一步)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백화점 그룹은 향후 3~5년 사이에 정교선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파될지 아니면 같은 우산에 있으면서 주요 계열사를 실질 지배하는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3. 하루 차이로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정교선 회장의 공통점은?
이번에 정교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하루 앞서 회장으로 승진한 신세게 정유경 회장과도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정유경 회장의 경우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1943년생으로 올해 81세이고, 정유경 회장 본인도 50대로 접어들었다. 또 정유경 회장은 오빠인 정용진 회장에 이은 이명희 총괄회장의 두 번째 자녀다.
정교선 회장의 부친인 정몽근 명예회장 역시 1942년생으로 올해 82세이고, 이번에 승진한 정교선 회장 본인도 50대가 됐다. 또 정교선 회장은 그룹 회장인 정지선 회장의 동생이다. 정몽근 명예회장의 두 번째 자녀다. 여기에 정유경 회장과 정교선 회장은 성씨(姓氏)까지 같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정유경 회장은 회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분리라는 카드도 동시에 꺼냈지만, 현대백화점은 그렇지 않은 점이 다소 달랐다. 때문에 현대백화점의 경우 향후 3~5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좀더 지켜봐야 이번 회장 승진의 의미가 좀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4. 정교선 회장 주식재산은 2000억원 수준…兄 정지선 그룹 회장은 3476억원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0월 30일 기준 정교선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4542만5141주(29.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달 30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2046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정교선 회장의 형(兄)인 정지선 회장은 같은 날 주식평가액이 3476억원 이상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중에서도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39.7%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두 회장의 부친인 정몽근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식을 8% 정도 쥐고 있는데, 586억원으로 6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