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정문술 제12대 KAIST 이사장 및 미래산업 회장이 13일 향년 86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1938년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나 남성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원광대 종교철학과를 나왔다. 젊은 시절 학업과 일을 병행했고 사업에 실패했다가 자살을 꾀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0년 5월 중정의 기조실 기획조정과장으로 있다가 실세로 바뀐 보안사에 의해 해직됐다.
이후 1983년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래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도 고비를 겪었지만 국산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대들보가 되면서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고인은 1999년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벤처 1세대이기도 하다. 2001년에는 ‘착한 기업’을 만들어달라는 말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같은 해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했다. 2014년에는 뇌 과학 분야 연구에 써달라며 215억원을 추가 기부해 총 515억원이라는 고액을 KAIST에 기부했다. 기부 금액은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쓰였다.
고인은 KAIST 기부금 약정식에서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밝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 2013년 1월 10일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며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고 밝힌 바 있다.
2014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아시아·태평양 자선가 48인’에 선정됐다. KAIST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고인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상을 수상했다. 또 중앙정보부 기조실 조정과 과장, 라이코스코리아 회장, 벤처농업대 학장, 국민은행 이사회의장을 지낸 바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에 마련됐으며 15일 9시 서울추모공원에서 발인한다. 유족은 배우자 양분순 씨와 2남 3녀 자녀가 있다. 2남 3녀를 회사(미래산업)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