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대한민국의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4차 정기 발사를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우주항공청은 7월 23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련 착수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4차 발사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우주항공청의 첫 공식 발사임과 동시에 민간 우주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전담 제작을 맡은 첫 비행이라는 점에서도 산업적·기술적으로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체계종합기업 등장: 한화의 첫 주도 발사
1~3차 발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제작·운영을 총괄했으나, 이번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System Prime Contractor)으로서 발사체의 설계부터 조립, 통합관리까지 총괄 책임을 맡는다. 이는 국내 우주산업이 연구기관 중심 체제에서 민간 우주기업 중심의 산업화 중심체계로 전환됐음을 상징하는 첫 사례다.
박재성 우주청 우주수송담당관은 “이번 4차 발사는 단순한 성공 여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민간 중심 우주경제로 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F 전담 구성, 5개 분과체제로 촘촘한 수행체계
우주항공청은 이번 발사를 위해 총 5개 부문(발사운영, 위성관리, 발사안전, 참관행사, 홍보)으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
발사운영팀은 발사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궤적/시퀀스 검토 등 실무를 조율하고, 위성관리팀은 주탑재 위성 상태 및 큐브위성의 총괄 준비를 전담한다. 발사안전팀은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지자체 등 11개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홍보팀은 통신 지원, 언론 대응, 프레스센터 운영 등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탑재 위성 구체 구성: 정밀 지구관측에서 우주인터넷까지
이번 발사에는 두 종류의 인공위성이 탑재된다. 주탑재 위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국내 독자개발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 고해상도 지상관측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형급 위성이다.
부탑재 큐브위성 12기는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한양대, 서울과학기술대 등 국내 주요 대학과 산·학·연이 공동 설계 및 제작한 초소형 위성들로, 우주인터넷 실험, 초소형 영상 센서, 통신체계 검증 등 다양한 목적을 띤다. 이번 다위성 발사는 ‘초소형 우주탐사 생태계’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거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조립 현황: 8월 단 조립 완료 후 총조립 돌입
현재 누리호 4차 발사체는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단 조립 과정 중이며, 8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이후 총조립 및 지상점화시험, 시스템 연동검증을 거쳐 오는 11월 발사 목표 시점을 맞출 예정이다. 나로우주센터는 한국 발사체 발사의 핵심 관제 및 발사 인프라 거점으로, 이번에도 모든 기술 환류와 모니터링이 이뤄질 예정이다.
산업적 의미: ‘민간 우주산업’ 진입 장벽 넘다
발사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민간기업이 총괄하는 구조는 NASA의 스페이스X 위탁 방식처럼 세계적 트렌드에 부합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산 기술 내재화 + 민간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또한 큐브위성 다중 발사 성공 여부는 향후 상업용 소형 위성군 조성과 민간 우주시장 진입 능력을 가늠짓는 척도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국내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과의 ‘우주 참여 연합’(Space-Alliance) 형성에 불씨를 당겼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다.
“4차 발사는 기술 상용화 시대의 서막”
국산 정밀기술로 설계하고, 민간기업이 완성하며, 정부가 시스템으로 통합 관제하는 이번 4차 발사는 단지 하나의 로켓 발사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기술 고도화 단계에서 민간 산업화 단계로 도약하는 분수령이자, 세계 우주시장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교두보 구축이라 볼 수 있다.
향후 5·6차 발사가 연속 성공할 경우, 누리호는 아시아 유일의 국내 독자 상용 우주발사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는 곧 한국이 ‘신흥 우주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세계에 재확인시킬 결정적 장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