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홍보맨 입니다. 그래서 늘 ‘팩트’란 단어를 기자처럼 입에 물고 살고 있습니다.
“그거 팩트래? 팩트야? 팩트 아니지?…”
팩트는 곧 사실이니 실제라 여겼고, 실제는 실존하는 사실이니 거짓이 아니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진실과 통용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아주 미묘해 보여도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정말 큰 또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며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 사람이 잘못한 게 팩트인데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나쁜건 팩트가 아니더라구요. 진실은 그 작자가 잘못할 수 밖에 없던 형국이고 그는 거기 맞서 싸우다 진 것일 뿐 진실의 관점에선 그가 옳았던 적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챕터를 만났는데 전반부의 쇼펜하우어 형님이 좀 지루하거나 너무 명제적 명제를 남발했다면 후반부엔 정말 꼬집어 주고 일깨워 주시네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2 번째 주제는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입니다.
힘들고 힘든 현대의 도심생활에서 소위 말하는 승자가 될 수록 점점 더 외톨이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에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최근 모 온라인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유수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 임원이신 분께서 딱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어느덧 임원생활만 9년차고 잘해왔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긴한데 말로 표현하긴 쉽지 않지만 늘 답답하고 외롭고 혼자인 느낌이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듣고 있는 우리 모두 이 말에 동감했고 또 한편으론 내려놓지 않고 지속하려는 그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말로는 “이 자리에서 제가 하는 걸 잘 하고 싶어요~ 그게 최선이잖아요. 그래야 행복하고”라고 하셨으나 사실 ”더 진급해야 돈도 더 받고 좋은 차도 타고 그래야 더 즐길 수 있짆아요~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데..“라고 들렸습니다.
비꼬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 그렇게 살고 싶은데 오히려 못살죠. 그래서 쇼펜하우어 형님의 말씀이 딱 들어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에게 뭇 관계자들은 승자가 되길 원하고 또 그 배경을 보면 그가 승리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지 그 사람이 옳고 진실되기에 이기란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왜 오십을 앞둔 이제서야 이게 보일까요? 돌이켜보니 제 30대후반 40대초반도 이렇게 휘말려 때론 자만한 채 때론 승리감에 취한 채 진실을 왜곡하고 지낸 것 같습니다.
현자께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씀 주셨지만 이젠 다시 회복하기엔 정말 늦은 것 같아요. 아예 불가능은 아니겠으나 가능하게 하려면 정말 어렵고 내 힘이 아닌 운과 기세가 같이 따라줘야 할 것 같구요.
어느덧 바깥을 걷고 있노라니 완연한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지만 지금 죽어가고 있는 당신, 죽을 것만 같은 여러분
죽진 마십시오. 그렇다고 너무 발버둥도 말구요. 우리 진실을 향해 순리대로 나아간다면 풀릴 사람은 풀릴 껍니다. 그래도 안풀린다면 그건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to be continued)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아이티 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