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이륙 전 화재가 난 에어부산 항공기 [SNS]](http://www.newsspace.kr/data/photos/20250105/art_17381602169507_d227fb.jpg)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김해공항에서 28일 밤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기내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는 기내 뒤쪽 선반 짐에서 시작됐다는 탑승객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에어부산이 29일 낸 자료에서도 “최초 목격 승무원에 따르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목격됐다”고 밝혔다. 당시 기내에 탑승 중이던 한 승객도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며 “‘타닥타닥’ 소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해 분석해보면, 당시 기내로 반입돼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됐던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정했다.
항공기에 반입된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발생했다.
에어부산 항공기에선 지난해 12월 12일에도 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유사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앞두고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다행히 객실 승무원이 소화기로 곧바로 불을 껐지만, 해당 승객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도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 불이 났다. 승무원들이 곧바로 연기를 끄면서 승객 273명을 태운 항공기는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이 밖에도 해외에서도 유사한 화재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터리가 터지면서 발생한 불은 좌석에 옮겨 붙었고, 비행기 이륙은 지연됐다.
같은 해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당시 초속 10m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3만5000파운드 항공유가 저장된 날개로 불길이 옮겨 붙을 경우 자칫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29일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등 관계자들이 불에 탄 항공기를 살펴보며 조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http://www.newsspace.kr/data/photos/20250105/art_17381602175929_7aed2d.jpg)
국내외 항공기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메탈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의 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량에 한해서는 운송이 허용된다.
먼저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장비(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인 경우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리튬메탈배터리와 달리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항공기 반입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는 전자기기 장착이나 보조배터리 여부에 관계없이 스스로 부풀거나 폭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기내 휴대일 경우에도 탑승객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김해공항 사무실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와 소방·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회의를 열고 합동 감식 방향과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감식 과정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될 경우 합동 조사는 미뤄질 예정이다. 만약 회의 결과 감식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날 오후 바로 합동 감식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철위가 29일 오전 사고 원인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사고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기내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화 지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가 기내 반입이 금지된 위해 물품 등 테러와 관련된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조사 상황을 전했다.
지난 28일 밤 176명이 탑승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되는 데에는 목숨을 건 신속한 진화 작전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초속 10m 강풍을 따라 항공기 꼬리 쪽에서 시작된 불이 동체 쪽으로 번지면서 3만5000파운드 항공유가 저장된 날개로 불길이 옮겨 붙을 경우 자칫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집중 방어 작전을 펼쳐 대형 사고를 막아냈다.